북핵 문제를 푸는 제4차 6자회담 속개회의와 남북관계 전반을 다루는 제16차 남북장관급회담이 13일 오후 베이징과 평양에서 동시에 열릴 것으로 알려져 그 결과가 주목된다.
이처럼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양대 회담의 막이 같이 오르는 것은 처음이다.
장관급회담 날짜는 이미 지난 6월 15차 회담에서 합의한 것이고 지난 달 7일 휴회한 6자회담은 12일이 시작되는 주에 갖자는 수정제안 이후 13일 속개하는 쪽으로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연이지만 남과 북은 다자와 양자로 `투 트랙' 협상에 동시에 참가하는 셈이된다. 이 때문에 두 회담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남북 간 핵심 대화통로인 장관급회담이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6자회담에서 그때그때 불거지는 장애물을 넘는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실제 우리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을 병행하는 전략을 구사해왔고 지난 8차 때부터 장관급회담이 열릴 때마다 북핵 문제가 주요 의제의 하나였기때문이다. 직전 15차 회담 때도 남북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한 바 있다.
시기적으로도 이들 회담이 2002년 10월 북핵 위기 이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열렸고 장관급회담이 작년 5월, 6자회담이 그 해 6월을 끝으로 13개월씩의 공백기를 가진 뒤 지난 6월과 7월 재개된 것은 상호간 보이지 않는 관계를 시사한다.
하지만 양대 회담에 임하는 정부는 양쪽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고 성과를 내야한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지만 매우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장관급회담이 남북 간 대화통로로 기능해 왔고 북핵 문제에서도 상징적이고 원론적인 수준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게 사실이지만, 양대 회담을 맡는 북한내 라인이 외교와 대남으로 나눠진 별개 라인이라는 점 등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장관급회담의 의제도 남북관계의 확대 발전에 치우쳐 있다는 점도 6자회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에는 상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논리이다.
더욱이 두 회담 결과물을 놓고 볼 때 현재 상황에서는 똑같이 낙관도 비관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게 대체적 전망인 점에 비춰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을 지불투명한 것도 지나친 기대를 어렵게 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실제 6자회담은 최대 쟁점인 평화적 핵 이용권을 놓고 북미 간에 간극을 좁히지못하면서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되고 장관급회담도 최근 을지포커스렌즈(UFL) 연습을 놓고 북측이 반발하면서 초반 분위기가 좋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장관급회담에서는 이번에도 북핵 문제가 우리측에 의해 거론되겠지만 15차회담에서 합의해 놓고도 큰 진전이 없는 장성급군사회담 개최와 국군포로 및 납북자문제가 주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돼 격론이 오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 우리 정부는 두 회담이 별개 채널이기는 하지만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해 가면서 이끌어 나가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지난 6자회담에서도 초유의 남북미 3자협의는 물론이고 수차례의 남북협의로 북미 간 이견을 조율하는 촉진자 내지 중재자 역할을 해 온 점에 비춰 이번에는 6자 틀 밖의 남북회담도 유용한 채널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
특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장관급회담에참석하는 만큼 직통전화나 판문점을 통해 6자회담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 평양에서 모종의 역할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같은 맥락에서 나오고 있다.
한발짝 나아가 정 장관이 6월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한 연장선에서 다시한번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전혀 없지는 않다.
가능성은 낮지만 김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언제든지 면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점에서 회담 마지막 날인 16일까지 주시해야 할 대목이 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추진해 온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병행 전략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두 회담에서 어느 정도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