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평년보다 기온이 높은 초여름 날씨가 지속되고 있지만 발전업계에는 ‘한파’가 들이닥쳤다.
전력생산비용이 6년 만에 가장 낮은 킬로와트시(kWh)당 100원 이하로 떨어지면서 투자비조차 회수하지 못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발전시설에 대한 과다 투자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하락 등으로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신규 발전설비 진입 조정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2일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급격히 하락하던 계통한계가격(SMP·System Marginal Price)이 지난 3일 kWh당 91.1원까지 떨어지는 등 5월 들어 평균 9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5월 평균 SMP인 kWh당 143.5원에 비하면 40%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SMP는 전기 1kWh를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비용, 즉 전력생산비용을 의미한다. 발전사들은 SMP를 단가로 적용해 생산한 전력을 한전에 판매한다.
지난해 12월 kWh당 143.5원이던 SMP는 올해 1월 140.1원, 2월 118.5원, 3월 118.0원, 4월 103.2원까지 떨어졌다. 이달 들어서는 100원선 마저 붕괴됐다.
명절 연휴 등 특정한 날에 일시적으로 하락한 경우를 제외하고 SMP가 kWh당 100원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09년 9월(82.9원) 이후 5년 7개월 만이다.
이처럼 전력생산비용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발전시설에 투자가 몰리면서 공급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흥석탄화력 5·6호기를 비롯해 동두천LNG복합화력, 포스코에너지 LNG복합화력 7·8·9호기, 율촌 LNG복합화력 2호기 등 지난해 상반기 이후 8기가와트(GW) 규모의 발전소가 새롭게 시장에 진입했다.
국제유가에 연동된 LNG 가격이 떨어진 것도 전력생산비용 하락에 한몫을 했다.
LNG복합화력발전기의 LNG 연료요금은 지난해 5월 기가칼로리(Gcal)당 8만원대에서 이달에는 5만7천원대까지 떨어졌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더 늘어나면서 전력 공급예비율은 지난해 4월 12%에서 올해 4월 20%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일부 발전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2011년 9·15 대규모 정전 대란 이후 정부가 발전시설 투자를 유도하면서 전력 예비율은 올라갔지만 과잉 투자로 인해 일부 발전시설을 놀리는 상황을 맞은 셈이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원전 신월성 2호기와 신고리 3·4호기를 포함해 당진 석탄화력 9·10호기, 삼척 석탄화력 1·2호기 등이 내년 상업운전을 앞두고 있어 전력예비율 증가, 생산비용 하락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