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9년 중국 톈안먼(天安門)광장에서 '베이징(北京)의 봄'을 주도했던 학생 지도자들은 17일 자오쯔양(趙紫陽)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 사망에 애도를 표했다.
당시 톈안먼 시위를 주도한 막후 실력자로 세계 언론의 초점이 됐던 왕단(王丹)은 이날 대만 중앙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자오 전 총서기는 중국 당내에서 드물게 양심과 지식을 갖춘 지도자였다"고 말했다.
왕단은 "그는 평생을 자기의 소신이자 신앙인 공산주의를 위해 살았으며 당을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했다"면서 "그러나 15년간 연금생활을 하며 최후를 마쳤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역사의 비극"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오 전 총서기는 민주화운동을 지지했으며 공산당 내부에도 개명파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하고 "민주화운동가들은 자오전 총서기를 통해 더욱 고무를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 1996년과 1997년 연속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던 왕단은 10년간중국에서 수감생활을 하다 지난 1998년 병보석으로 풀려난 뒤 미국으로 망명해 현재하버드대학에서 사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베이징지역 대학생연합회 회장으로 왕단과 함께 톈안먼 시위를 이끈 신장(新疆)위구르 출신인 우얼카이시(吾爾開希)는 "자오 전 총서기 사망으로 중국의 민주화운동이 종말을 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로 망명한 뒤 민주화운동을 계속 하고 있는 우얼카이시는 "자오 전 총서기는 가셨다"면서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은 중요한 것은 언젠가는 민주화운동가들과 자오 전 총서기 모두 재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홍콩=연합뉴스) 권영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