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최대 걸림돌은 개성공단 문제이다. 한국이 남북화해를 촉진하기 위해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 핵 문제와 안보위협을 이유로 ‘절대 수용불가’라는 미국 측 입장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워싱턴의 경제연구소들은 한국 정부의 개성공단 문제에 대한 양보가 없을 경우 FTA 비준안 통과가 불투명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 의회 ‘양보불가’=한국이 1차 협상안에서 제시한 개성공단 내용을 고집할 경우 한미 FTA 성사는 물 건너간 것으로 봐야 한다는 ‘FTA 무용론’이 의회를 중심으로 각 분야에서 제기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맥스 보커스 미 상원의원은 한미경제연구소(KEI)가 주최한 한미 FTA 1차 협상 개관 토론회에서 “개성공단 문제 하나만으로도 FTA 협상 전체를 무산시킬 수 있다”면서 “워싱턴에선 개성공단 문제를 다룰 여지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한국이 대북 화해무드를 조성하기 위해 개성공단에 집착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개성공단은 북한의 핵 야망과 체제 전반의 문제와 직결돼 있다”며 “FTA 협상에서 개성공단 문제를 아예 배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커스 의원이 7년 전 의회에서 가장 먼저 한미간 FTA 체결을 주장했고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동료 의원들을 설득했던 점을 감안하면 의회에서 한미 FTA 비관론이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의 데니스 핼핀 전문위원도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의회에서 비준될 가능성은 잘해야 50%”라고 지적했다. 미 의회 내 대표적 지한파(知韓派)인 핼핀 위원은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의석을 늘릴 가능성이 높아 한미 FTA 비준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개성공단 조항이 포함된 협상안을 의회가 승인할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자동차와 농산물ㆍ의약품ㆍ무역규제ㆍ쇠고기 등 풀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한 상태에서 한국이 개성공단 제품에 집착한다면 비록 미 행정부가 FTA 타결을 이뤄내더라도 의회에서 FTA 비준을 거부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의회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 ◇국무부와 경제연구소도 회의적=워싱턴 소재 국제경제연구소(IIE)도 ‘한미 FTA 협상’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6자 회담 복귀 거부, 달러 위조, 노동착취 등을 일삼고 있는 현실에서 미국이 개성공단 문제를 양보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한국이 개성공단 제품을 끝까지 고집할 경우 협상 자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회의적으로 전망했다. 개성공단 문제와 함께 한국의 자동차시장 개방도 풀기 어려운 문제라는 지적이다. 국무부는 이달 중순 공보뉴스를 통해 한국의 자동차시장은 가장 폐쇄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한국의 자동차시장 개방 없이는 FTA 체결이 힘들다고 밝혔다. 한국이 미국 자동차회사들에 일정한 시장점유율을 강제 설정하지 않는다면 FTA 협상은 기대 난망이라는 설명이다. 정치경제 컨설팅회사인 유라시아그룹은 “양국간 농산물, 자동차, 개성공단 제품 등 핵심 이슈에 대한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협상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고 비관적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