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나스닥지수가 15년 만에 5,000선을 돌파하면서 '거품붕괴 2.0' 시대를 맞을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일단 지난 2000년 '닷컴버블' 때처럼 나스닥지수의 추락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탄탄한 수익성, 낮은 정보기술(IT)주 비중, 낮은 밸류에이션 등 나스닥의 체질이 15년 전보다 크게 개선됐다는 것이 배경이다. 다만 일부 과열 조짐이 나타난 가운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할 경우 주가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나스닥지수는 44.57포인트(0.90%) 오른 5,008.10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이 종가 기준으로 5,000선을 넘어선 것은 IT버블이 한창이던 2000년에도 3월9·10일 단 이틀뿐이었다. 0.9%만 더 오르면 사상 최고점인 5,048.62(2000년 3월10일)도 돌파하게 된다
나스닥지수가 대표적 거품 사례이자 심리적 저항선인 5,000선을 돌파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추가 상승 여부에 쏠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나스닥이 새로운 역사를 쓸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닷컴버블 때는 성장성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투기자금이 유입됐지만 지금은 나스닥의 펀더멘털이 양적·질적으로 안정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0년에는 나스닥 100대 기업 가운데 68곳만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지금은 90개로 늘었다. 밸류에이션 매력이 커진 것도 다른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나스닥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26배로 2000년의 120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대비 주가 프리미엄도 과거 200%에서 20%로 낮아졌다.
특히 제약·바이오·금융 등으로 업종이 다변화하면서 주가지수펀드(EFT)나 인덱스펀드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이 긍정적이다. IT주 비중은 과거 65%에서 43%로 낮아진 반면 소비재 및 헬스케어 관련주는 각각 21%, 16%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또 최근 주가 랠리도 성장성과 수익성이 입증된 애플·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대형주가 이끌고 있다.
와델앤드리드파이낸셜의 행크 허먼 최고경영자(CEO)는 "대형 기술주의 가치에 거품이 끼였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며 "2000년과 비교할 때 아주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이라고 말했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과거 지수 5,000선은 지금의 6,900선에 해당하는 만큼 역사적 고점 돌파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한마디로 거품이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나스닥시장이 닷컴거품 같은 '비이성적 과열'은 아니지만 '통상적인 과열' 수준에 진입했다는 경고도 나온다. 2009년 3월 이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S&P500지수가 각각 179%, 213% 오른 반면 나스닥지수는 295%나 급등했다. 올 들어서도 나스닥지수는 5.7% 상승한 반면 나머지 지수는 각각 2.6%, 2.8% 오르는 데 그쳤다.
신생벤처나 창업기업에 15년 전처럼 투기자금이 몰리는 등 일부 거품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시장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벤처는 현재 73곳으로 1년 전의 40곳보다 크게 늘었다. 또 지난해 벤처캐피털 자금유입 규모는 521억달러로 200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나스닥시장에서 애플 비중이 10%에 달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애플의 성장성에 의문이 제기될 경우 애플은 물론 스카이웍스솔루션스·아바고테크놀로지·NXP반도체 등 그동안 후광 효과를 누리던 부품공급사 주가도 덩달아 추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애플 주가는 2012년 말 아이폰5 출시 때도 실망감으로 몇달 만에 40%나 추락했다. 또 연준의 금리 인상 때는 유동성 장세가 끝나면서 나스닥은 물론 증시 전반이 조정을 받을 수도 있다. 현재 다우지수, S&P500지수 역시 연이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버블 붕괴 경고가 나오고 있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 야누스캐피털 펀드매니저는 "일부 나스닥 종목은 10~15%가량 상승하면서 약간의 거품이 끼어 있다"며 "최근 나스닥 랠리는 2000년대 버블 때와는 다르지만 고평가된 것임이 분명하며 어느 시점에는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럽·일본 등의 양적완화 지속으로 전 세계 주식시장이 강세장을 나타내고 있다"며 "제로금리에 가까운 현 상황이 시장에 거품을 유발하면서 글로벌 경제에 결국 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