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88서울올림픽이 개최된 지 꼭 25주년이 되는 해이다. 88서울올림픽은 단순히 올림픽이라는 스포츠 행사를 치렀다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국격을 한 차원 올린 중대한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88서울올림픽 개최 25주년을 맞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소마미술관이 스포츠 정신과 예술의 접점을 모색하는 뜻 깊은 전시를 마련했다. 단순히 체력과 같은 인간의 물리적 능력뿐만 아니라 정신력, 창조력, 상상력 등을 포괄하는 개념인 '힘'을 통해 창조적 상상력이 어떻게 인간의 예술성을 고양시킬 수 있는지 현대미술을 통해 되짚어보는 자리다.
전시 기획을 총괄한 최태만 국민대 교수는 "이번 전시는 힘을 단순히 물리적 에너지가 발산되는 현상으로 보지 않고 '아름다움'(고대 그리스어로 '칼로')과 '선함'(자티아)이 조화를 이루는 상태, 고대 올림피아 제전이 추구했던 '칼로카자티아'(아름다움과 선함)로 파악하고자 했다"며 "스포츠의 활력과 인간의 상상력이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작품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능력이 궁극적으로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으리란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오는 9월 22일까지 열리는 전시에서는 우리나라의 강애란ㆍ고명근ㆍ김신일ㆍ백남준ㆍ서도호ㆍ성동훈ㆍ정현ㆍ최태훈, 중국의 우웨이샨ㆍ왕중ㆍ인샤오펑, 타이완의 류포춘, 일본의 오마키 신지ㆍ안테나ㆍ팀랩 등 15팀의 조각, 미디어, 설치 등 총 29점을 소개한다.
제1전시실은 류포춘과 오마키 신지가 꾸몄다. 류포춘은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스틸을 활용, 오늘날 사회 문화를 불교에 나오는 호법신의 하나인 '금강'이란 키워드로 표현했다. 오마키 신지는 특수재질의 천을 활용해 시간과 공간의 다른 영역을 들여다본다. 한 장의 천이 바람에 따라 움직이면서 다양한 영역을 양분하는 경계로서 구실을 하는 모습을 통해 존재 가치의 붕괴와 창조를 표현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인 백남준과 서도호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서도호의 '플로어(Floor)' 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수많은 손들이 유리판을 떠받치고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공장에서 찍어낸 흑인, 백인, 황인종의 남녀 6종류로 이뤄진 인물들이 바닥에서 손을 번쩍 들고 유리판을 떠받치면서 현대의 획일화된 군중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백남준아트홀에선 백남준이 남긴 '메가트론'과 강애란의 LED 작업인 '빛나는 독서'가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예술 세계로 인도한다. 메가트론은 150대의 TV 모니터를 동원, 컴퓨터로 제어되는 레이저 디스크 플레이어를 사용해 비디오와 컴퓨터 그래픽의 탁월한 합성을 연출해낸 작품이다. 150대의 모니터가 하나의 대형 화면을 만들어내고 그 위에서 스포츠 경기의 역동적인 장면이 경쾌한 음악과 함께 빠르게 반복하면서 생동감을 부여한다. 강애란의 '빛나는 독서'는 인류의 역사 속에서 지식을 상징하는 책을 모티브로 작업을 했다. 책들이 가득 꽂힌 서가 이미지를 만들고 실제 책 크기의 투명한 오브제 책을 만든 후 내부에 LED라이트를 장착해 빛을 발하는 책을 연출했다.
김신일은 아크릴을 붙여 문자를 만들었고, 최태훈은 철로 사람 '人(인)'을 이어 붙여 순화의 의미를 부여했다. 미술관 밖에는 12톤 무게의 '파쇄 봉'이 설치돼 있다. 조각가 정현이 포스코에서 철판 등을 깨부수는 역할을 하는 이 구슬을 구해 브러시로 입체감을 살려 새로운 예술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정 작가는 "쇠구슬을 보면서 한국인들이 겪어왔던 시련의 시간과 공통 분모를 발견했다"며 "내적 에너지와 철이란 재료가 내뿜는 역동적인 에너지가 합쳐져 힘과 아름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밝혔다. 관람료는 성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