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6월 30일] 의료관광의 블루오션

미국의 의료비와 의료보험료는 살인적 수준이다. 암 수술비의 경우 평균 20만달러로 한국보다 5배나 비싸다. 3인 가족당 의료보험 부담 금액은 연간 1만2,000달러로 빈곤층 가계소득과 거의 비슷하다. 이마저도 10년 뒤에는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의료비가 비싼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비용 거품이 큰 몫을 차지한다. 내과 의사 1인당 연간 수만달러에 이르는 보험을 들 정도로 미국 의사들은 의료 소송 노이로제에 시달린다. 소송을 우려한 의사들은 불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환자에게 요구한다. 이런 거품이 의료 비용의 10%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주 친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다가 운전자 부주의로 교통사고를 당한 주재원이 들려준 이야기는 의료비 거품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그는 목이 약간 뻣뻣해 교포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다가 의사로부터 소송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친구분에게 양해를 구하고 소송을 제기하세요. 이 정도의 사고라면 2만5,000달러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보상금은 친구와 나누면 되고요." 사실상 보험사기를 권유한 한인 의사가 변호사까지 소개해줄 수 있다는 말에 말문이 막혔다. 턱없는 의료비 부담에 해외로 의료관광을 떠나는 미국인이 늘어나고 있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의료 관광객은 지난해 64만명에 달했으나 매년 30%씩 늘어 오는 2012년에는 162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도 의료관광을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육성할 움직임을 보이고 국내 대형병원의 미국 방문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마케팅은 교민유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한정된 교민을 놓고 국내 병원과 미국의 한인 여행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의료관광 산업은 점차 레드오션으로 변하고 있다. 의료관광의 블루오션은 미국 기업에 있다. IBM 등 미국 대기업들은 높은 의료보험료 부담을 줄이려고 사내 보험조합인 '자체보험' 시스템을 운영하는데 의료비 절감을 위한 해외 원정 치료 수요가 적지 않다고 한다. 한국에 지사를 둔 글로벌 기업을 타깃으로 한다면 승산도 있다. 한국이 지난해 8만명의 해외 환자를 유치하는 사이 태국ㆍ싱가포르는 각각 150만명과 41만명을 끌어들였다. 이제 좁은 교포시장을 벗어나 보다 큰 시장으로 눈을 돌릴 때가 됐다. 미국에서 교포 대상 설명회를 열 게 아니라 병원 품질 인증기관에서 국제적 공인부터 받는 것이 블루오션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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