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9월 24일] 알맹이 빠진 오픈마켓 책임강화

온라인 장터인 오픈마켓은 최근 놀라울 정도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백화점, 대형 마트와 함께 3대 유통경로로 자리잡은 것은 물론 구매건수에서는 이미 백화점과 대형 마트를 넘어섰다. 하지만 오픈마켓의 급성장과 함께 소비자 피해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배송된 물건이 사이트에서 본 물건과 다르거나 판매업자의 환불 및 반품 거부, 짝퉁 판매 등이 주요 피해사례다. 이 같은 피해를 막겠다며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의 취지는 개별 판매자가 오픈마켓을 통해 판매한 상품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입으면 오픈마켓에도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오픈마켓의 책임을 강화할 실효성 있는 방안들이 제외돼 알맹이 빠진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개정안에 따르면 오픈마켓은 판매자의 신원정보를 소비자에게 직접 제공하고 잘못된 정보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도록 했다. 즉 오픈마켓이 판매자의 신원정보만 정확하게 제공하면 이후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에 대해서는 일절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당초 공정위는 오픈마켓에서 판매한 물건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에 대해 오픈마켓에 연대책임을 지우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개정안에서는 빠졌다. 개정안은 또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에 발생하는 불만이나 분쟁 해결에 오픈마켓이 협력해야 한다고 규정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협력해야 할지는 제시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것 자체가 기술적으로 어려운데다 오픈마켓이 분쟁 해결에 협력을 안 한다고 판단되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정위가 오픈마켓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일일이 들여다보고 오픈마켓에 시정명령을 내릴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이렇다 보니 오픈마켓 업계에서도 이번 개정안에 별다른 긴장감을 느끼지 않고 있다. 한 오픈마켓의 관계자는 “개정안의 내용대로라면 현재의 시스템에서 바꿀 것은 거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픈마켓 업체들은 과도한 규제가 비용 상승과 판매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하지만 급성장한 오픈마켓의 발목을 잡는 것은 비용이 아닌 ‘신뢰’의 문제다. 오픈마켓이 앞으로도 성장세를 이어갈 길은 오직 신뢰 회복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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