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총선거 출구조사에서 제1야당인 인도국민당(BJP)의 압승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유력 총리 후보인 나렌드라 모디 구자라트주지사의 정치적 기반으로 꼽히는 극우단체 민족봉사단(RSS)이 주목받고 있다. 보수적인 힌두교 원리주의를 주장하는 RSS의 영향력이 기업친화적인 모디의 경제정책에까지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모디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RSS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RSS는 지난 1925년 영국 식민지 시절 창설된 극우 힌두민족주의 단체로 인도의 전면적 힌두교 국가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1948년 마하트마 간디 암살에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2002년 구자라트주에서 발생한 힌두교도의 이슬람교도 학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BJP조차 RSS를 모체로 1980년 창당된 'RSS의 정치적 계열사'로 분류된다. 모디는 어린 시절 RSS에 가입해 17년간 활동했으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총선에서 BJP 선거운동에 RSS 단원들이 대규모로 동원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BJP가 의회 다수당이 되는 만큼 모디 역시 RSS와 거리를 둘 것으로 내다봤다. 총리직 수행에 RSS의 원리주의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자본뿐 아니라 인도 국내자본조차 꺼리는 RSS의 원리주의가 모디의 경제정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모디의 주요 지지기반이 인도 재벌들인데다 경제회복이 지상과제인 만큼 정권 초반부터 큰 영향을 행사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영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산자야 바루는 "어떤 총리든 소속정당의 영향력은 개인적 선명성과 반비례한다"면서 이같이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RSS가 스와데시(자급자족) 노선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RSS의 노선에 방해가 되는 대규모 투자에 브레이크를 걸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시브나다르대의 시드하스 바다라잔은 "모디가 RSS의 행동을 지원하지는 않더라도 묵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모디 주지사는 이날 출구조사 발표 후 낸 성명에서 화합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모디는 "정치를 넘어 사람을, 절망과 분열을 넘어 희망과 발전을 이야기하자"며 "선거운동 과정에서 잃어버린 초당적 협력정신을 다시 찾을 때"라고 주장했다.
한편 인도 금융시장은 야당 승리가 관측되는 가운데 일제히 상승세를 나타냈다. 인도 주식시장의 BSE센섹스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던 전날에 이어 13일에도 장중 1.2% 상승했다. 인도 관련 50개 주식으로 산정되는 CNX니프티지수도 이날 장중 한때 1.1% 올랐다. 인도 통화인 루피화 가치도 상승해 13일 전날보다 0.8% 오른 달러당 59.5913루피를 기록하며 지난해 7월 이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이날 0.04%포인트 하락한 8.71%로 한달 만에 가장 낮았다. 살만 아메드 롬바르드오디에르 글로벌채권 전략가는 "투자친화적인 정권창출 가능성에 대한 기대심리가 금융시장에 한꺼번에 몰린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