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2일 변사체로 발견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인은 결국 밝혀지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달 12일 순천에서 발견된 변사체는 유 전 회장이 맞지만 시신의 부패가 심해 사망원인을 판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 전 회장의 사망원인과 경위는 미궁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유 전 회장의 시신을 정밀 감식한 국과수는 25일 서울 양천구 서울분원에서 열린 브리핑에 서중석 국과수 원장이 직접 나와 "시신의 DNA와 치아 등의 검사를 통해 신원을 확인한 결과 변사자는 유 전 회장과 동일인"이라면서 "다만 부패가 심해 사망원인은 판명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우선 국과수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유 전 회장의 독극물에 의한 사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유씨의 간과 폐·근육의 감정물을 일반독물과 마약류·케톤체류 등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간과 폐는 모두 음성 반응을 보였다. 다만 근육은 케톤체류의 경우에만 음성 반응을 보였으며 나머지는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국과수는 설명했다.
서 원장은 또 목 등 질식사 가능성, 지병 등에 의한 사망 가능성, 멍 등 외력에 의한 사망 가능성 등은 시신이 심하게 부패하고 내부장기가 소실돼 판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뱀 등 맹독성 동물에 의한 중독 또는 약물에 의한 사망 가능성은 낮아 배제됐다고 덧붙였다.
부검에 참여한 이한영 중앙법의학센터장도 이날 브리핑에 참석해 "일반적으로 부패된 시신이라도 사인 규명이 가능한 경우가 있지만 유 전 회장 같은 경우는 너무 많은 조직이 손실돼 사인을 규명할 만한 실마리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신에서 목골절이 없어 외력 여부는 추측되지 않지만 흉기가 작용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전했다. 또 "연조직이 전혀 남아 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질식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용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발견된 변사체가 유 전 회장의 시신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확인되지 않음에 따라 사망원인 규명작업은 수사당국의 몫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