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9월 30일] 'KTX 경제권'의 성공조건

KTX가 개통된 지 5년이 지났다.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이 됐지만 지역경제 발전은 여전히 부진하고 KTX를 타고 서울 등 대도시로 원정 진료ㆍ쇼핑 등을 가는 사람이 늘면서 지역경제 위축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내년 경부고속철도 2단계, 오는 2014년 호남고속철도 개통을 앞두고 동대구역ㆍ부전역ㆍ대전역ㆍ익산역 등 16개 KTX역이 위치한 지방자치단체들을 중심으로 KTX 역세권 개발계획 수립논의가 활발하다. 그러나 역세권 개발추진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계교통 기반시설이 부족하거나 개발사업의 경제성 확보가 어렵고 법ㆍ제도가 미비된 탓이다. 교통기능 넘어 서비스 공간으로 우리나라는 일본ㆍ프랑스에 비해 고속철도 투자를 지역발전에 효과적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 나고야역 역세권, 프랑스 유라릴(Euralille) 역세권 개발사업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나고야역 역세권 개발은 사업자에게 900% 이상의 용적률과 기반시설 건설비용 지원 등을 통해 민간개발을 성공적으로 유도했다. 유라릴 역세권 개발사업은 릴시의 쇠퇴하는 전통적 섬유산업을 대신해 고속철도역에 전시ㆍ연회ㆍ비즈니스 등 서비스 산업을 유치해 도시경쟁력을 확보한 사례다. 모두 중앙정부, 지자체, 철도운영기관 등 관련기관의 공동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KTX경제권 개발은 고속철도역을 중심으로 지역별로 특성화된 역세권 개발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전국을 하나의 도시처럼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KTX역은 단순한 교통공간의 기능을 넘어 고급 서비스 산업이 집적된 공간으로 발전하게 된다. 지식기반ㆍ의료ㆍ교육ㆍ문화ㆍ전시 등 서비스 산업이 KTX 역세권에 유망한 분야다. 현 정부의 핵심 지역발전정책인 '5+2 광역경제권' 계획의 구심점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KTX는 승용차보다 속도는 3배 빠르고 온실가스 배출은 9분의1 수준이어서 저탄소 녹색성장의 국가정책 패러다임과 잘 부합한다. 그러나 KTX경제권 개발이 성공을 거두려면 여러 가지 선제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KTX역이 만남과 지역경제의 거점으로 개발돼야 한다. 이를 위해 KTX역을 중심으로 교통연계환승체계를 잘 갖춰 접근성을 높이고 역세권의 매력도를 높여 많은 유동인구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단지 KTX를 이용하기 위해 KTX역에 가는 것이 아니라 쇼핑도 하고 비즈니스도 하는 매력적인 만남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둘째, 해당 지자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KTX에 의한 지역 간 이동시간 단축은 매력도가 높은 도시로의 경제활동 집중을 가져와 일부 지역의 경제위축을 초래할 수도 있다. KTX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필요조건이라면 충분조건은 해당 지역의 매력도일 것이다. 이는 지역 특성화 개발 등 지자체의 노력에 의해서만 확보될 수 있다. 유동인구 확보·지자체 노력 필요 셋째, 법ㆍ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KTX 역세권 개발은 대규모 투자재원이 요구되고 이해관계자가 복잡한 사업이다. 따라서 역세권 통합개발, 사업시행자의 토지 확보, 기반시설 비용의 합리적 분담 지원체계 등을 포괄하는 특별법을 제정해 KTX 역세권 개발에 순풍을 불어줘야 할 것이다. 지난 17일 국회의원ㆍ학회ㆍ공공기관ㆍ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KTX경제권포럼'이 창립됐다. 포럼은 KTX경제권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개발, 법ㆍ제도 개선, 관련 기관 간 협력체계 구축 등을 지원하게 된다. KTX경제권 개발은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간 격차를 해소하면서 녹색성장에 기여하는 실용적인 지역발전 정책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ㆍ지자체ㆍ사업자ㆍ주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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