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은행 된 국민은행

국민은행이 외국은행으로 됐다. 그 동안도 국민은행은 경영만 한국인이 할 뿐 외국인 지분이 70%가 넘어 사실상의 외국계 은행이었는데 지난 12일 정부가 보유지분 9.1%를 전량 매각함으로써 제1 대주주의 지위도 외국자본에 넘어갔다. 우리는 국민은행이 완전 민영화 된 것에 축하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착잡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민은행은 자산규모로 한국 최대를 자랑하는 명실공한 리딩뱅크이다. 국민은행이 외국은행으로 바뀐 것에 대해 반가움 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것도 그 때문이다. 7개 시중은행 가운데 제일은행 외환은행 한미은행의 경영권이 외국인에게 넘어간 상태에서 이번에 국민은행마저 외국은행이 되었다. 나머지 은행들도 우리금융만 빼고 외국인 지분이 과반 수준이다. 외국자본은 은행 뿐만 아니라 증권 보험분야에도 무차별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이런 식으로 잠식을 당하다간 우리의 금융주권이 외국인의 수중으로 몽땅 넘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사모주식투자펀드의 활성화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물론 외국자본의 국내금융시장 장악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그것은 글로벌 금융시대에서 불가피한 것이고, 외국자본이 한국의 금융산업이나 제조산업에 대한 투자가치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면도 있다. 선진금융기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도 득이 된다. 그러나 외국자본은 주주이익 중심이기 때문에 손해가 날 상황이면 일시에 투자자본을 회수할 가능성이 크다. 외국자본의 대응 여하에 따라 국내적인 작은 위기가 큰 위기로 증폭될 수 있다. 우리 경제가 외부적인 충격에 매우 취약해지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국내산업 정보가 외국인에게 노출되는 점이다. 은행의 정보는 물론 은행이 갖고 있는 기업에 대한 정보가 외국의 경쟁사에게 노출되는 것은 우리 산업의 경쟁력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국민은행은 정부의 금융정책을 선도할 책무가 있는 은행이다. 그러나 국민은행의 외국인 주주들은 국가의 시책보다는 주주의 이익을 더 중요하게 여길 것이다. 관치금융이 통하지 않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필요한 정책의 추진마저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한국인 경영자가 외국인 대주주의 대리인으로 전락할 우려도 없지 않다. 우리의 금융산업이 외국인 주주와 그들이 속한 나라의 입김에 좌우될 가능성도 커진 셈이다. 국민은행은 자사주의 재매각을 외국인 견제수단으로 이용한다는 계획이나 이마저 외국인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해진다. 정부는 언제까지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타령만 되풀이 할 것인가. 은행의 주인을 찾아주는 문제를 서둘러 매듭지을 때가 됐다. <홍춘욱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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