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두 가지 관점이 있다. 금융위기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인구증가는 억제돼야 하나 등 첨예한 이슈마다 찬반이 갈린다. 당신의 선택은? 미국내 많은 대학이 토론용 교재로 사용하기도 하는 연작물 '당신의 선택은'(Taking Sides) 가운데 3권이 양철북 출판사에 의해 번역 출간됐다. △기업윤리 △과학기술 △글로벌 이슈를 각각 주제로 다루고 있다.
미국 '맥그로힐 에듀케이션즈'가 기획한 이 연작물들은 선별한 주요 화두별로 대립하는 견해를 가진 두 저자의 입장을 소개하고, 논점을 대비했다. 사안마다 이렇게까지 다른 생각이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다. 어느 편(Side)을 들것인가. 오히려 과유불급(過猶不及), 즉 지나친 쏠림에 대한 경계심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인간의 뇌 세포는 일종의 전기적 신호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고, '전기적 신호'라는 매개는 컴퓨터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인간의 기억을 컴퓨터에 저장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뇌과학자인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기자의 이같은 질문에 제한적으로 동의했다. 다만 구동체계가 전혀 다른 두 정보를 통일해줄 일종의 '번역기'가 있다는 가정 아래서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인간의 기억을 컴퓨터에 저장한다는 것은 컴퓨터가 의식을 가질 수 있다는 가정에서 그리 멀지 않다. '기계도 의식을 가질 수 있는가'라는 여전히 팽팽한 논란 속의 주제다.
'Taking Sides'(편을 정하라) 시리즈 2권인 과학기술 편은 과학적인 이슈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으로 많은 논쟁을 야기해온 20가지 주제를 담고 있다. 그리고 찬반 양측에 선 석학들의 정제된 주장이 제시돼 당장 국내에서도 눈여겨볼 부분이 많다. '원자력을 부활시켜야 할 때인가' '수소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것인가' '휴대전화가 암을 유발한다고 할 과학적 증거는 충분한가' '유전자 조작 식품은 먹어도 안전한가' '세계 모든 도서관을 디지털화해야 하는가' 등등이다. 불과 200여년 사이 눈부신 성과를 이뤄낸 과학은 이제 단지 인류 생존의 문제를 넘어 지속 가능성과 윤리를 돌이켜 검증하는 도구가 됐다.
특히 앞서 언급한 '기계도 의식을 가질 수 있는가'를 포함해 공립학교에서의 지적설계론(창조론) 교육, 지구온난화 대안으로서의 우주 차양 등 3가지는 이 책의 제9판 증보판에 새로 추가된 것이다.
기계의 의식 여부로 다시 돌아가, 이에 긍정적인 크리스토프 코흐·줄리오 토노니 교수는 인간과 컴퓨터의 차이에 대해 다양한 경우의 수를 바탕으로 '통합된 정보'를 얼마나 많이 만들어 내느냐라고 설명한다. CCTV로 은행강도와 고객을 구분하는 프로그램 같은 얘기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생물의 대뇌를 모방하는 작업을 언급한다.
하지만 반대편인 존 호건은 이런 논의 자체가 두뇌의 복잡성을 과소평가하고 있고 무척 가능성 없는 발상이라고 폄하한다. 그저 섬유와 신경으로 이뤄진 물렁한 두뇌가 어떻게 의식을 가진 정신을 만들어내는지 '그 잘난' 신경과학으로 설명해보라는 식이다. 인간 두뇌 속에는 평균 1,000억개의 신경세포(뉴런)가 있고, 개개의 뉴런은 시냅스를 통해 10만여개의 다른 뉴런과 연결된다. 1,000조개의 연결이 존재하는 것이다. 3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