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 빚 방치땐 국가재정 건전성 마저 위협" 위기감

■ 재무취약 7개 공공기관에 칼 댄다
감원만으론 부채관리에 한계 추가 구조조정으로 군살빼기
"국책사업 따른 빚도 많아 실효성 여부는 미지수"

정부는 재무건전성 평가에서 '주의' 등급을 받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전, 가스공사 등 대형 공기업을 대상으로 자산매각과 인력조정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들 3개사의 본사. /서울경제DB



정부가 재무건전성이 나쁜 대형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 작업을 계획한 것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공공기관의 빚을 내버려뒀다가는 향후 국가재정 건전성마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꾸준히 진행돼온 '공공기관 선진화'로 기본적인 군살빼기는 마쳤다는 판단 아래 정권 후반기에는 부채관리를 위한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또 한번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도 포함됐다. 서울경제신문이 3일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부채관리 '주의' 등급을 내린 토지주택공사(LH), 한국전력, 철도공사 등은 모두 매출액 기준 국내 상위 공기업이자 평소 방만한 경영으로 공공기관 선진화의 1차 대상이 됐던 기관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 기관이 이미 상당 부분 구조조정을 마친데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비롯한 에너지ㆍ신성장동력 등 정부 주요 국책사업들로 부채증가가 불가피한 부분도 있어 개별 기관에 대한 구조조정이 부채감소에 얼마나 큰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부채관리 위해 구조조정 나선다=정부 분석에 따르면 주요 30개 공공기관의 부채는 지난 2009년 256조원에서 오는 2014년 428조원으로 향후 5년간 67%나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보금자리주택ㆍ고속철도 등 정부의 핵심 국책사업들을 공기업이 떠맡고 있는데다 에너지 부문의 경우 물가안정 등의 이유로 요금인상이 사실상 억제되고 있기 때문에 부채는 향후 더 늘어날 일만 남았다는 평가다. 정부가 이번에 마련한 공공기관 부채관리 대책은 ▦자체 구조조정 ▦요금 현실화 및 재정투입으로 나눌 수 있다. 구조조정의 두 가지 수단은 인력조정과 자산매각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공공기관 임직원 수(정원 기준)는 24만4,667명으로 2008년 대비 1만9,185명(7.3%) 줄었고, 특히 공기업에서는 12.1%나 감소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채관리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추가 구조조정을 통해 공공기관 군살빼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요금 현실화와 재정투입도 부채관리를 위한 주요 복안이다. 한국전력의 올 1ㆍ4분기 영업손실은 1조797억원. 지난해 동기 대비 적자폭이 38.8% 줄었다고는 하지만 발전원가에도 못 미치는 전력요금 때문에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는 일정 수준의 요금 현실화를 추진하지만 서민물가에 미치는 부담을 우려해 정책적 적자사업의 경우 일부 재정투입도 실시할 방침이다. ◇"근본적인 부채관리 대책 필요"=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공공기관 부채관리 계획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는 재무관리에 대한 원칙을 설정해 시한을 두고 관리해나갈 경우 부채감소의 성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수조원이 투입되는 정부 국책사업을 공공기관이 떠맡고 있는 현실에서 이 같은 대책이 근본적인 처방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LH의 눈덩이 부채 주범인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당장 2012년까지 수도권에서만 60만가구 건설이 예정돼 있고 이에 투입되는 비용만 36조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주택공사와 토지공사 통합에 따른 중복사옥 매각 등으로 2조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언 발의 오줌 누기'에 그친다는 평가다. 지난해 출범한 장학재단 역시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도입에 따라 향후 5년간 부채증가율이 530.8%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정책 보완 없이 재정건전성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할 수 밖에 없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4대강사업에서도 보듯이 우리나라의 주요 공기업들은 선진국과 달리 정부 역할을 대신하는 사례가 매우 많다"며 "공기업이 정부 통제하에 수행하는 정책활동은 국가채무나 마찬가지인 만큼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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