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시절 모 교육부 장관은 "교육부는 장관 뺑뺑이 돌리고 바지저고리 만드는 곳이다. 교육부를 없애고 돌아오면 가장 훌륭한 장관"이라는 말로 설화를 톡톡히 겪었다. 당시 많은 언론들이 장관의 가벼운 언사를 꼬집었지만 우리 교육정책의 큰 문제 가운데 하나가 교육관료라는 데 대해서는 대부분 이견이 없다.
교육정책ㆍ교육개혁의 문제점을 짚을 때마다 항상 화두로 떠오르는 대상은 바로 교육관료들이다. 대학교수 출신으로서 현정부 각료로 발탁된 한 고위관계자는 "교육부 장관을 시켜주면 한달 안에 관료들을 물갈이하고 나도 함께 자폭하겠다"는 거친 말을 기자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쏟아내기도 했다. 현정부 출범 초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했던 인사들 역시 개혁을 거부하는 관료들의 완강한 저항을 교육개혁 부진의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관료와 현장관료의 순환인사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다. 교육과학기술부 본부 정원이 800명 정도인데 그만큼의 교육관료들이 국립대나 시도교육청에 파견된 상황에서 교육개혁은 결국 이들의 자리를 건드리게 되고 이 때문에 소극적인 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금품수수, 인사비리, 자사고 부정입학 등 연초 잇따른 교육비리의 근본이 바로 여기에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현장에서는 순환보직 시스템이 존재하지만 정작 타 부처와의 교류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교과부 관계자들은 "교육행정은 현장을 모르고 함부로 추진할 수 없고 정책을 장기적으로 끌고 가야 하기 때문에 인력 안정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경제부처의 한 고위관료는 "교육정책에만 신중하고 다른 정책은 비전문가가 해도 된다는 논리밖에 안 된다"며 "교육관료들은 일선학교에만 경쟁을 부추길 뿐 정작 자신들 스스로는 경쟁하려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했다.
이종재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을 정부 혼자 끌고 가는 것은 더 이상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교육기관에 자율권을 주되 결과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책임을 지게 하는 자율제를 하루 빨리 시행해야 교육이 살아난다"고 지적했다.
현장과 관리의 '혼연일체'하에서는 결국 일선학교의 비리에 제대로 메스를 가하지 못한다는 근본적 한계가 존재한다. 최근 불거진 상지대 정상화 방안 파문에서 보듯이 결론적으로 대학의 갈등을 제대로 봉합하지 못한 채 거꾸로 재점화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상지대 문제의 경우 과거 사법 처리된 비교육적 비리행태의 구 재단 문제점이 수많은 사회단체를 통해 제기됐는데도 결국 교과부에서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건 '개혁에 소극적인 교과부'라는 이미지만 강하게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