稅부담 갈수록 느는데 나라살림 더 나빠져

내년 1인당 세부담 269만원 사상최고…세입 증가율은 2년째 예산증가율 밑돌아

정부가 내년 거둬들일 세금이 130조원에 달해 1인당 세부담이 사상최대인 269만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내년 세입증가율은 2년 연속 예산증가율(일반회계 기준)을 밑돌아 세입기반은 오히려 약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버는 돈이 쓰는 돈의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9일 관련당국에 따르면 내년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합한 국세수입 규모는 130조7,000억원으로 올해 122조1,000억원보다 7.0% 증가할 것으로 집계됐다. 국세수입은 매년 증가세를 보이며 ▦2000년 92조9,000억원 ▦2001년 95조8,000억원 ▦2002년 104조원 ▦2003년 114조7,000억원 ▦2004년 122조1,000억원으로 늘어났다. 국세수입 증가율도 ▦2000년 22.8% ▦2001년 3.1% ▦2002년 8.5% ▦지난해 10.3% 등으로 환란 이후 큰 폭의 증가세를 유지해왔다. 다만 올해(6.5%)는 경기침체 여파로 증가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내년에도 한자릿수 증가율이 유지될 전망이다. 전체 국세 수입증가율이 크게 둔화하는데도 개인의 세부담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1인당 국세부담은 ▦2000년 197만6,000원 ▦2001년 202만4,000원 ▦2002년 218만3,000원 ▦2003년 239만3,000원 ▦2004년 253만3,000원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지방세와 준조세 부담까지 합치면 일반 가계의 조세부담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세외수입으로 잡히는 공기업 매각 수입이나 한국은행 잉여금 등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어서 나라에서 쓰는 돈은 모두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부담해야 할 판이다. 결국 세금을 깎아 물가상승과 내수침체의 ‘이중고’를 겪는 서민가계를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 같은 세부담 증가에도 불구, 나라살림은 오히려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선 내년 예산증가율은 올해의 1%대에서 9%대로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급상승한다. 하지만 쓸 돈을 충당하는 세입증가율은 올해 6.5%에 이어 내년 7.0%에 머물러 예산증가율에 못 미치게 된다. ‘수입’이 늘어나는 것보다 ‘지출’의 증가 정도가 더 큰 셈이다. 정부는 이를 메우고자 내년에도 6조~7조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결국 외환위기 이후 내년까지 무려 8년째 적자국채를 발행하게 되면서 전체 규모도 40조원 안팎에 이르게 된다. 이로 인한 이자비용도 2조원에 달한다. 나라살림은 ‘빚’으로 운영되지만 실제 국민들의 부담은 더 늘어나는 이중고가 심화하는 상황이 고착하는 가운데 재정구조는 더욱 나빠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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