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리 "경제 도움 받으려면 북핵포기해야"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는 12일(이하 현지시간) "세계경제의 도움을 받아야 북한이 자립할 수 있고, 그 전제 조건으로 핵을 포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최된 제7차 진보정상회의 이틀째 회의에 참석한 이 총리는 이날 오전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11일 진보정상회의 첫 회의에서 언급한 내용을 소개하면 이같이 말했다. 이 총리는 "진보정치의 궁극적 목적은 각국과 전세계의 빈곤을 퇴치해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며 "세계경제 체제에서 혼자 고립돼 빈곤을 퇴치하기는 어려운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 총리는 특히 "북한이 세계경제에서 고립되면서 오히려 생활여건이 더 나빠지고 다른 나라로부터 식량을 지원받아야 하는 처지에 빠져있다"며 "북한도 이제 개방으로 나와 세계경제 체제 속에서 함께 할 때만 빈곤을 퇴치할 수 있다"며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구했다. 이 총리는 이날 2차 회의에서 `진보주의 의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 주제 발표를 통해 중국이 개방 이후 취한 조치를 비롯해 정치·경제·사회적 영향에 대한 문제점을 분석했다고 이규형(李揆亨) 외교부 제2차관이 전했다. 이 총리는 "중국의 개방·성장은 분명한 일이고, 정치적으로 공산당이 지배한다는 객관적 사실을 인정하면서 국제체제에 편입되는 중국과 보다 협조적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 노력을 해나가야 할 것"이라며 진보진영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중국의 협조 노력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 총리는 `이민자와 소수 집단 포용을 통해 사회통합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 `환경 및 에너지 안보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진보주의적 접근' 등 의제에 대한 각국 정상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앞서 이 총리는 각국 정상 및 파스칼 라미 WTO(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등 진보성향의 전·현직 고위인사들과 조찬을 함께 하며 DDA(도하개발어젠다) 협상 동향 및 전망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총리를 비롯한 7개국 정상들은 2차 회의를 마친 뒤 `의장요약' 형식으로 제7차 진보정상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이 총리는 이날 오후 진보정상회의가 열렸던 `디디말라 게임 롯지'(Didimala Game Lodge)에서 타보 음베키 남아공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경제통상, 투자, IT(정보기술), 문화, 체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양국간 교류 확대를 위해 상호 협력키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이 총리와 음베키 대통령은 남아공의 오는 2010년 월드컵 개최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도록 한국이 개최 경험을 전수하고 한국 기업이 남아공의 인프라 건설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투자환경 개선 등에 긴밀히 협조해 나가기로 했다. 이 총리와 음베키 대통령은 또한 한국 수출품에 대한 남아공의 반덤핑 조치 부과 등 무역규제를 시정해 나가기 위해 효과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해 나가고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도 긴밀히 협력키로 했다. 이 총리는 회담 직후 요하네스버그로 이동, 숙소 호텔에서 남아공 거주 교민 및유학생 80여명과 만찬을 겸한 간담회를 갖고 한·남아공 우호관계 증진에 교민들이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이 총리는 13일 인종차별 박물관 시찰,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예방 등의 일정을 마친 뒤 귀국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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