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군사 굴기를 보여주는 열병식을 하루 앞둔 2일 베이징 톈안먼광장은 항일·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에 대한 중국의 자신감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항일전쟁 참전 용사와 유가족에 대한 훈장 수여식을 시작으로 전승 70주년 기념행사의 막을 올렸다. 기념식에는 시 주석을 비롯해 리커창 총리, 장더장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 위정성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류윈산 중앙서기처 서기, 왕치산 중앙기율위 서기, 장가오리 상무부총리 등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7인 전원이 참석했다. 시 주석은 일일이 훈장을 목에 걸어주며 감사를 표했다. 훈장을 받은 사람 중에는 팔로군 항일전쟁에 참전한 일본인 고바야시 간초(96)씨와 중국의 쉰들러로 불리는 독일인 욘 라베의 후손 등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또 국민당 출신 항일 영웅인 퉁리거의 아들과 중국에서 창설돼 일본에 맞선 미국 항공대 '비호대' 부대원 등도 포함됐다.
이들은 3일 열리는 열병식에서도 텐안먼 성루에 마련된 관람석에 앉을 예정이다.
항일·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을 맞은 중국은 이번 열병식에서 군사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전 세계에 과시할 계획이다. 중국 신문망에 따르면 3일 열병식은 오전9시 시 주석과 펑리위안 여사의 안내로 귀빈들이 톈안먼 성루로 이동한 후 10시에 70발의 예포와 군악대의 연주로 막을 올린다. 시 주석의 연설 이후 부대 사열에 이어 50분간 분열이 치러진다. 11개의 육상부대와 17개의 외국 부대에 이어 27개의 기계화 및 미사일, 해양 관련 부대들의 분열이 진행된다. 분열 중 20대의 헬기가 70이라는 문구를 하늘에 새기고 7개의 비행기가 오색연기를 내는 등 10개 공중편대가 호위를 하게 된다. 중신망은 이번 분열에 등장하는 신무기의 84%가 중국산이라며 이 가운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둥펑(DF)-31B'와 항공모함에 탑재된 젠-15 전투기, 차세대 무인기 차이홍 5호기도 등장할 것으로 전했다. 하지만 차세대 ICBM '둥펑-41'의 공개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열병식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미국을 견제하는 중국의 군사행동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인터넷에는 열병식 미녀가 화제다. 특히 중국 중앙(CC)TV 모델대회 출신으로 레이싱걸로도 활동한 먼자후이는 빼어난 미모로 집중적인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이날 오후 베이징에 도착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도 화제다. 푸틴 대통령은 방중에 앞서 중·러 관영 통신사들과의 인터뷰에서 "2차 대전 역사를 의도적으로 뜯어고치려 하고 일부 사건을 제멋대로 곡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어떤 국가들은 전범과 그 앞잡이들을 미화하며 뉘른베르크 재판(나치 전범 재판)과 도쿄 재판 결정(일제 전범 재판)을 뒤집으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중국 네티즌들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겨냥한 것이라며 환영한다는 반응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중·러 정상회담에서도 '일본 군국주의의 죄행' '항일승전 기념식 공동개최' 등을 거론하며 함께 일본의 역사인식을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