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의 대모양작전은 호쾌하고 멋지다. 그러나 자칫하면 집부족으로 전락한다. 외세란 것은 공격에 이용될 때 진가를 발휘하는 것이지 집을 짓는 데는 쓸모가 적다. 지금 이창호는 우변의 백대마가 완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 흑55는 그것을 은근히 추궁하면서 중원과 함께 하변까지 키우겠다는 다목적 착점이었다. 사이버오로 해설실에는 여전히 이재웅5단과 서봉수9단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명성과 경력으로 보자면 서9단이 해설자가 되고 이5단이 조수를 맡아야 마땅하지만 오늘은 그 역할이 정반대로 바뀌어 있다. “흑55로 두고 57로 제자리걸음을 하다니. 뭔가 흐름이 날씬하지 않은 것 같아요.”(이재웅) “조금 그렇긴 한데 뭐 그렇다고 흑이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서봉수) 흑57은 게을리할 수 없다. 마음 같아서는 참고도1의 흑1로 봉쇄하고 싶지만 백2가 통렬하다. 백14까지가 필연인데 흑이 A로 패를 집어넣는 수단이 남긴 했지만 일단 오른쪽 흑 5점이 잡힌 모습이다. 흑59로 덮어씌운 것은 예정 코스. 백60과 62는 상대방 수레의 뒤를 밀어주는 형태여서 그리 내키지 않지만 그렇다고 손을 빼면 우변의 백대마가 급격하게 시달릴 것이다. 백62를 게을리하면 참고도2의 흑1 이하 11로 백대마가 산다는 보장이 없다. 흑67은 이창호가 특히 즐기는 수. ‘이창호의 꼬부림’은 예전부터 두터움의 전형으로 유명하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