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분야에서 성공한 미국교포 2세가 귀국해 대환영을 받고 TV 회견도 하는 것을 가끔 본다. 이런 경우 대부분 모국어는 서툴러 『안녕하십니까』『감사합니다』 정도의 기본적인 것만 알고 유창한 영어로 회견을 해 우리들에게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80년대 초 뉴욕 월가의 유수한 법률회사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2세 변호사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는 한국이 세계경제에서의 비중이 커지자 한국관계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특별히 스카우트됐다고 했다. 그는 다섯살 때 미국으로 이민가서 우수한 성적으로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된 유망한 청년이었다.
그러나 그는 한국어가 서툴고 한국의 역사·문화를 이해하지 못하여 한국 고객들과의 법률상담이 원활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결국 1년도 안 가 한국계 변호사가 한국어를 못한다는 것은 한국관계 업무에 아무런 유용성이 없다는 이유로 법률회사를 사직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같이 우리말을 못하는 해외교포 2세가 점차 늘고 있는 현상은 그저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전세계에 산재한 화교·유태인·남미인들은 거의 모든 경우 모국어를 유창하게 하고 있다. 모국어를 유창하게 한다는 것은 비록 몸은 다른 나라에 살지만 자기자신은 모국과의 동질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한 동질성이야말로 아랍권과의 어려운 투쟁에서 이스라엘을 존속시키는 데 가장 큰 힘이 되고 있고 타이완이 전세계 화교의 도움으로 외환 보유액을 많이 확보, 아시아 각국이 겪고 있는 외환위기를 거뜬히 이겨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전세계 각국에 수백만명의 교포가 산재해 있다. 다른 여러가지 측면도 있겠지만 적어도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수백만명의 해외교포를 우리나라 경제주체의 구성원으로 끌어들이는 조치가 필요하다. 그들의 우수한 기술력, 풍부한 구매력을 조직화해 화교 또는 유태인들처럼 모국 경제의 역군이 되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해외교포 2세들이 모국어를 유창하게 하여 모국과의 동질성을 회복하게 해야 한다. 교포 2세 교육을 위해 정부당국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주말 한인학교를 해외 각지에 설립하고 방학기간 동안 모국 교육기관에서 한국어 교육을 실시하는 등 다방면에 걸친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교육투자가 머지 않은 장래에 수천배의 열매가 되어 우리 경제에 크나큰 활력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