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 최강자 굳히고 NB에 도전, 유통 넘어 상품개발… 신세계의 진화

유통가 PL 경쟁서 독주체제 굳혀
브랜드 상품과 본격 경쟁 돌입
상반기 피코크 신상품 100개 넘어
SSG푸드마켓 통해 고급PL군 확대
이마트 PL 히트상품
호두 요구르트 데일리 스파클링 똑똑한 썬크림 두부는 콩이다 울금500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최근 직접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에 시중에 유통 중인 유명 브랜드의 비타민 음료들을 한데 모아 놓은 사진을 게재했다. 게시물의 해시태그는 '비타민 음료 연구 중'. 팔로워들은 댓글에 새로운 비타민 음료에 대해 바라는 점과 아이디어를 줄줄이 달며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정 부회장이 비타민 음료 신상품을 출시하겠다고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간 숙취해소음료, 커피 등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제품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어김없이 신세계의 PL(자체 라벨)로 나온 만큼 이제는 팔로워들도 '반사적으로' 기대 수치가 높아진 것. 신세계 관계자는 "비타민 음료의 경우 아직 출시 시기 등이 결정되진 않았지만 시장 조사 등 제품 개발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세계가 상품 유통 채널에서 신상품 개발·판매 업체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1~2년간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유통업계에서 치열하게 벌어졌던 자체 상품(PL·PB) 출시 경쟁에서 사실상 독주 체제를 굳힌 데 이어 이제는 제조업체(NB)상품들과 본격적인 경쟁에 나선 것. 특히 그룹 오너가 직접 PL 신제품 기획과 개발, 마케팅 전면에 나서는 등 단순 유통기업이 아니라 콘텐츠 개발 기업으로 변신을 위해 경쟁력있는 PL 개발에 전사적으로 전력을 다하는 분위기다.

26일 신세계에 따르면 이마트의 경우 전체 상품에서 PL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26.7%에 달했다가 2014년 18.3%까지 낮아졌다. 경쟁력이 낮은 상품은 과감하게 솎아내고, 가공을 거치지 않은 원물은 PL로 취급하지 않는 등 PL 개념을 재정립하고 관리 체계도 바꾼 데 따른 감소세였다.

하지만 올들어 신제품이 속속 출시되면서 PL 비중이 다시 20%로 올라섰다. 주목할 만한 점은 새로 추가된 상품들이 단순히 자체 라벨만 붙인 게 아니라 상품 기획과 개발, 패키지 디자인 등 체계적인 과정을 거쳐 출시되고 있다는 것.

충분한 준비 단계를 거쳐 출시된 상품들은 시장에서도 호평받고 있다. 지난 15일 선보인 PL '진심을 담은 요구르트'는 출시 4일 만에 2,000개 이상 팔렸고, 지난 달 선보인 PL '똑똑한 썬크림'은 출시 한 달 만에 전체 자외선 차단제 중 판매량 7위를 차지했다.

또 간편식 PL인 피코크의 경우 올 상반기에만 100개가 넘게 출시된 가운데 범위가 가정식 요리와 반찬에서 일품요리, 착즙쥬스, 통곡물, 커피, 과자, 조미료 등 먹거리 전반으로 넓어지고 있다. 더불어 이마트는 울금, 장단콩, 감귤, 도라지 등 국산 농산물을 가공식품으로 만들어 내놓는 등 PL을 통해 지역 생산자와 윈윈 관계도 강화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기존 유통 시장의 자체 브랜드 상품들은 주로 가격을 낮춰 NB와 경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하지만 이마트는 NB보다 더 고급스럽고 전문화된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 뿐만 아니라 SSG푸드마켓 등 다른 유통 채널을 통해서도 PL을 강화하고 있다. 이달 초 문을 연 SSG푸드마켓 목동점에 들어간 PL 상품 수는 420여개. 목동점 오픈 전 SSG푸드마켓 PL이 270여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40% 이상 늘었다. 프리미엄 채널의 수준에 맞게 PL 상품도 고급화해 내놓자 소비자 반응이 좋았다는 게 신세계 측 설명이다.

이준기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피코크 등 경쟁력있는 PL의 고성장세는 콘텐츠 투자에 대한 결실인 셈"이라며 "신세게가 단순 유통 플랫폼 업체에서 콘텐츠 제공업체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