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1일 오후 국회를 방문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대해 여야 지도부와의 면담을 희망했으나 민주당이 '밀어붙이기를 위한 명분쌓기'라며 반발해 끝내 무산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물론 정치권 일각에서 민주당의 이 같은 행태에 국가원수에 대한 결례라는 지적과 함께 당당하지 못하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은 13일부터 미국 하와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다녀온 뒤 오는 15일 오후 국회를 다시 방문할 예정이어서 여야 지도부와의 면담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하지만 여전히 민주당이 "새로운 제안이 없고 단순히 밀어붙이고 압력을 주기 위해 오는 대통령 면담은 할 필요가 없다"며 조건을 내걸고 있어 회동 성사 가능성은 불투명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평소 민주당이 이 대통령의 소통부족을 누차 공격해온 마당에 대통령이 국회에 와서 면담하자는 것을 거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고 오히려 스스로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평소 대통령의 소통부족을 지적해온 마당에 대화거부는) 성숙한 대응이 아니다. 일단 만나서 야당의 입장을 얘기해야 한다"며 "대화거부는 오히려 한나라당에 판을 벌여주는 것으로 정부여당은 할 만큼 했는데 야당이 거부하는 모습으로 비쳐지면 여당에 유리하게 파급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록 이 대통령이 비준안 통과의 사전 정지작업 차원에서 국회를 방문하더라도 야당으로서 당당히 만나 할 말은 하는 성숙된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나라당도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기현 대변인은 "대통령이 국가 주요 현안 문제 협조를 위해 국회를 방문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며 그만큼 진정성과 열의를 갖춘 방문"이라며 "그동안 대통령에게 대화와 소통을 해달라고 습관처럼 요구해왔던 민주당이 15일 만남에도 조건을 내걸고 입맛에 맞는 결론을 미리 약속해야만 만날 수 있다고 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