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후 성과 부진으로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던 한국형 헤지펀드가 화려한 '백조'로 부상하고 있다. 연초 후 성과가 크게 개선되며 방향성을 잃은 시장, 낮은 금리에 표류하는 투자자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1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2011년 12월 1,490억원 규모로 출발한 한국형 헤지펀드는 1년 반 만에 1조2,000억원으로 덩치를 키웠다. 출범 초 초라한 수익률로 한때 '김석동 펀드' '관제 펀드의 한계'라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가 따라붙었지만 최근에는 커진 덩치만큼 성과가 개선되고 있다. 10일 기준 26개 한국형 헤지펀드 중 16개 펀드가 플러스 수익을 내며 지난해 말까지의 성과 부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것이다. 설정 후 수익률을 기준으로 브레인자산운용의 백두가 21.63%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삼성 H클럽 에쿼티 헤지(Equity Hedgeㆍ13.19%), 삼성H클럽 멀티스트레티지(11.19%), 삼성H클럽오퍼튜니티(10.08%) 등 삼성자산운용의 주식형 헤지펀드 3개가 10%대 성과를 기록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올해 성과다. 연초 후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등 전반적인 투자 자산군이 아쉬운 성적을 낸 반면 주식롱쇼트펀드를 중심으로 한 한국형 헤지펀드 상당수는 양호한 수익률을 내기 시작했다. 신한BNPP명장 Asia ex-Japan 주식 롱쇼트가 11.49%를 기록하며 누적수익률(4.24%)도 올해 들어 플러스로 전환했고 브레인 백두(8.90%), 교보악사매그넘(7.30%)에 이어 삼성자산운용 헤지펀드 4개가 모두 4~7%의 성과를 내 상위권에 랭크됐다. 연초 후 수익이 존재하는 20개 펀드 중 17개가 플러스 성과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출범 후 시행착오를 통해 운용 전략을 정비하고 나름의 노하우가 쌓인 결과가 올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펀드의 기존 투자성과(트랙 레코드)가 쌓이면서 투자자의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브레인자산운용 헤지펀드에는 800억원, 삼성자산운용 헤지펀드에는 700억원 내외의 개인 자금이 들어왔고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전체 펀드 설정액의 5% 수준인 약 90억원이 개인고객 자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일 삼성SNI호텔신라 PB팀장은 "몇몇 롱쇼트헤지펀드는 주식 비중을 5~15% 수준으로만 가져간 뒤 시장 방향과 상관없이 차익거래로 연 6~8%의 수익을 추구하는 안정적인 전략을 짠다"며 "최근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금리도 떨어진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산가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기관도 투자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행정공제회가 삼성ㆍ브레인자산운용 헤지펀드에 각각 200억원씩 자금을 집행했고 최근 교직원공제회를 비롯한 일부 연기금급 기관이 운용사에 프레젠테이션을 요청하는 등 투자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경하 KDB 대우증권 PBS본부장은 "저금리 시대에 개인과 기관 등 투자자들이 돈 굴릴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을 경험했고 한국형 헤지펀드 출범 후 1년을 넘겨 보니 막연하게 갖고 있던 선입견(고위험ㆍ투기성향)도 어느 정도 깨졌다"며 "일부 헤지펀드가 뛰어난 방어력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만들며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는 등 안착에 성공한 만큼 하반기로 갈수록 투자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