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SK는 다르다.”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의 구속ㆍ불구속 여부에 대한 검찰의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그룹 안팎에서는 최근 현대ㆍ기아차의 상황과 과거 SK 사태를 동일선상에서 보는 시각에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룹 총수의 역할이나 경영환경, 사업구조, 국가경제적 위상, 노사관계 등 모든 여건이 다른데도 마치 ‘경영권 공백이 전화위복의 계기’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 크게 부담스러운 눈치다.
25일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발표한 ‘SK vs 현대ㆍ기아’란 제목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정 회장의 경우 우선 단순한 ‘오너’가 아니라 경영현장과 의사결정을 관장하는 ‘직접 경영자’인 점을 들어 과거 SK 사태와는 달리 심각한 경영위기가 초래되는 것은 물론 경영권 공격을 당하는 등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출 위주의 자동차 부문에 집중하고 있는 현대ㆍ기아차 입장에서 고유가, 환율 급락, 원자재가 급등 등 대외 경영환경 악화는 그룹 전체에 타격이 될 수 있는 반면 SK의 경우 사업 다각화와 내수 위주 사업구조로 인해 최태원 회장 부재시에도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은 계열사를 투자자 입장에서 관리하고 감독하는 ‘오너’ 역할에 그친데다 손길승 회장이라는 막강한 2인자가 불구속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실질적인 경영공백에 대한 우려가 작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반면 정 회장은 절대적인 카리스마를 통해 그룹 경영 전반을 일일이 챙기는 등 현장경영의 ‘야전사령관’ 역할을 하고 있다”며 “자동차 부문에 집중된 그룹 구조하에서 중앙집중적 의사결정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는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SK와 달리 집중화된 의사결정 구조로 인해 정 회장 부재시 경영공백이 불가피하며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2류’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