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반도의 화약고' 다시 터지나

"코소보 독립 반대" 세르비아서 美대사관 방화
국제사회도 양극단으로 갈라져 장기화 우려


코소보의 독립 선언으로 발칸 반도의 영토분쟁이 다시 불붙으면서 유럽 소국의 민족주의를 자극하고 미국과 러시아 등 국제사회가 양분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독립을 반대하는 시위가 갈수록 격화되며 미국 대사관이 방화로 불타는가 하면 독립 인정 여부를 놓고 국제사회가 양극단으로 대립하고 있어 사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약 30만 명의 세르비아 시민들이 수도 베오그라드에 위치한 옛 유고연방 의회건물 앞에서 코소보의 독립에 항의하는 집회를 가졌다. 시민들은 '코소보는 세르비아 영토'라는 현수막과 함께 코소보 독립을 지지한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을 비난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특히 3,000여명의 시위대는 미국 정부에 대한 항의 표시로 대사관 건물을 불법점거 한 뒤 불을 지르고 각종 서류와 집기를 창문 밖으로 내던지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당시 미국 대사관은 문을 닫은 상태로 경찰의 보호조치 없이 몇몇 경비대원 만이 남아 지키고 있었다. 미국 대사관과 이웃하고 있는 크로아티아 대사관은 물론 캐나다, 터키, 보스니아 대사관도 역시 같은 시위대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와 관련, 미국은 긴박감 속에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세르비아 당국에 외교시설에 대한 보호 조치를 강력히 촉구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시민들의 시위는 있을 수 있지만 폭력사태는 용납될 수 없다"며 "세르비아 정부에 미국 대사관에 대한 보호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유엔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도 방화 등 과격시위에 대해 일제히 성명을 내고 우려를 표명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안보리 이사국들은 외국 대사관 직원들을 위험에 처하게 만들고 대사관 재산에 피해를 입힌 베오그라드의 군중 폭력사태를 강력하게 비난한다"고 밝혔다. 반면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러시아, 중국, 스페인, 루마니아, 불가리아, 그리스,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야, 스리랑카, 베트남 등은 세르비아에 힘을 실어주며 이번 사태를 사실상 묵인하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와 중국 등은 코소보의 독립이 자국의 분리 독립 움직임에 영향을 미칠 것을 염려하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이번 분리 독립 움직임을 계기로 각국의 민족주의 정서가 다시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대사관과 함께 공격을 받은 크로아티아, 터키 등은 과거부터 세르비아와 인종, 영토분쟁 문제 등으로 구원이 있는 국가들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소보는 세르비아 정교회의 본산이자 민족의 성지라는 점에서 양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 1990년 대 코소보 내전 당시처럼 대규모 유혈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지만 사태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위험성을 안은 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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