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불이 나 2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난 ‘화교사옥’은 나무로 지어진데다 노후화해 그간 화재 우려가 끊이지 않았던 건물이다.
관할 구청이 위험 건물로 지정하고 특별 관리를 해왔지만 소유주인 중국 대사관 등이 구청의 지적을 외면하면서 예고된 비극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경찰과 중구청 등에 따르면 화교 사옥은 일제 강점기인 1928년에 건립됐다. 1968년 집단으로 이주해온 대만 출신 화교들이 입주하면서 화교 사옥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한때는 대만인들이 꽤 많이 살았다고 알려졌지만 모두 고국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관리인도 없이 방치되기 시작했다. 결국 10여 년 전부터는 오갈 데 없는 빈민들이 잠시 머무는 건물이 돼버렸다.
화재 직전 이 건물 1층에는 공구상가 31곳이 영업 중이었으며 2층에는 1평 남짓한 크기의 쪽방 42가구가 빽빽이 있었다.
이들 쪽방에는 폐지를 주우며 생계를 이어가는 독거노인 등 저소득층 34명이 살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건물은 불에 잘 타는 목조 슬레이트로 지어진데다 2층에는 쪽방들이 밀집해있어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구청은 건물주와 화교협회 등에 화재에 대비해 안전 조치를 할 것을 권유해왔지만 강제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화교 사옥은 변변한 안전시설 없이 방치됐다.
건물주는 중국대사관이고, 토지 소유권은 대만에 있는 탓에 토지·건물주의 합의가 필수적인 재개발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중구는 도심 개발계획에 따라 재건축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이 역시 소유자가 결정해야 할 문제인 만큼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2층에서 불이 시작됐다는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는 한편 사인 확인을 위해 숨진 2명의 시신을 부검할 예정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안전관리 의무가 있는 건물주에게 일부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이곳의 소유구조가 복잡하고 대사관 소유로 돼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며 “관련 부서들이 모여 대책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