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난'이 예고됐던 27일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에서 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항공 회장이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에게 판정승을 거뒀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승자나 패자나 상처만 남았기 때문이다. 주총에서 박삼구 회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은 진통 끝에 가결됐으나 박삼구 회장 측이 이에 불복해 주총효력 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낼 예정이어서 여진은 계속될 모양이다.
금호가의 분쟁은 볼수록 안타깝다. 재계의 귀감이라 할 만큼 형제 간의 우애가 돈독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형제 간 다툼은 금호가 특유의 '65세룰'이 불씨가 됐다. 금호그룹은 고 박성용 명예회장부터 65세에 동생에게 그룹 회장 자리를 물려주는 승계원칙을 지켜왔고 이 원칙에 따라 2010년 박찬구 회장이 총수 자리를 물려받을 상황이었다. 그러나 2009년 그룹이 총체적 위기에 빠지면서 경영권 다툼이 불거진 후 형과 동생이 고소고발을 주고받으며 싸움을 키워왔다.
대기업 오너가의 형제 간 분쟁은 볼썽사납다. "돈 앞에는 부모형제도 없다"며 손가락질을 해대니 가문의 수치가 아닐 수 없거니와 재계 전체의 불명예이기도 하다. 그동안 2001년 현대그룹 '왕자의 난'에서부터 2002년 한진그룹의 유산다툼, 2005년 두산그룹의 형제 간 분쟁, 올해 삼성가의 상속재산 법정다툼이 터졌을 때 재계는 국민으로부터 싸잡아 비난을 받곤 했다.
대기업 오너 형제끼리의 재산다툼은 국민정서에 반하는 것은 물론 경제에도 안 좋다. 국민의 기업에 대한 호감도가 100점 만점에 51.1점(대한상의 조사)으로 저조한 가장 큰 이유도 기업이 우리 사회의 윤리정서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지 않는가. 그런데도 최근 롯데와 효성 등에서 형제 간 지분확대 경쟁이 가열되는 등 재계에서는 분쟁의 씨앗이 계속 자라나고 있다. 피를 나눈 형제 간 다툼에서 승자는 있을 수 없다. 금호가는 더 늦기 전에 화해의 길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