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일본해 병기' 뜻밖의 암초
美 "동해, 일본해로 단독 표기해야" 방침 재확인
유병온기자 rocinante@sed.co.kr
내년 4월 유엔 산하 국제수로기구(IHO) 총회에서 동해(East Sea) 표기를 관철시키려는 정부의 노력이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났다. 미국 정부가 동해를 일본해(Sea of Japan)로 단독 표기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아기 때문이다.
9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 자리에서 동해 표기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기인 일본해를 우리 역시 사용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전날 미국이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IHO에 제출한 데 이어 이날 동해 표기 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미국에 이어 영국도 일본해 단독표기 의견을 IHO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외교통상부는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우리 입장을 관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이 기본적으로 '하나의 지명에는 단일한 명칭을 사용한다'는 '단일지명의 원칙(single name policy)'을 고수한 것일 뿐 정치적 판단이 개입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신맹호 외교부 부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 국무부 대변인의 언급은 동해 표기에 대해 미국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입장을 다시 한번 반복한 것"이라며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국제기구에 상당한 입김을 행사하는 미국이 동해 표기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면서 내년 4월 IHO에서 동해ㆍ일본해를 병기하게 하려던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정치권은 미국 측의 입장표명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대사와 만나 "한일 관계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체(國體)와 관련된 문제인 만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하지 말고 동해 표기도 같이 해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당도 "독도 표기 문제나 동해ㆍ일본해 병기 문제에서 보이는 미국 정부의 애매한 태도는 한국 국민들을 크게 실망시킨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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