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사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삼성전자가 매년 똑같이 성장할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 5∼10년 계속 성장할 능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권 부회장은 23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제46회 한국의 경영자상' 시상식 직후 이어진 좌담회에서 삼성전자가 앞으로 계속 성장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전자·IT 업계가 포화상태에 이르렀지만 역설적으로 지금이 더 많은 전자기기를 만들 수 있는 좋은 시대"라며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 인재들로부터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부회장은 PC와 모바일 시대를 이어갈 차세대 전자·IT 기술로 '기기 간 연결'을 꼽았다. 그는 "PC가 시간의 제약, 모바일이 공간의 제약을 풀어주면서 인간의 삶이 편리해졌다"며 "앞으로는 기기를 연결해주는 방향으로 기초기술과 디바이스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부회장은 가장 중요한 기업가 정신의 덕목으로 '생존력'을 들었다. 특히 당대에 잘되는 것보다 후대가 더 잘 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는 게 중요다고 강조했다. 또 1등 타이틀을 유지하려면 남이 하지 않는 도전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예측할 수 없는 위기를 관리하는 게 진정한 위기관리라고 역설하며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적응한 자가 살아남는 만큼 어떤 환경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엔지니어로 시작해 부회장 자리까지 오른 권 부회장은 '기술자'와 '경영자'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기술자는 '스페셜리스트'이고 경영자는 '제너럴리스트'인데 기술지향적인 회사에서 제너럴리스트가 기술을 모르면 잘못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며 "유럽과 일본의 많은 전자업체가 잘못된 결정으로 붕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반면 기술자는 자기 기술에 대한 애착이 굉장히 강해 라이프사이클이 빠른 전자 산업에서는 빨리빨리 변신하기 어려운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존경하는 경영자로 이건희 삼성 회장을 꼽았다. 그 이유로 미래에 대한 통찰력, 과감한 도전정신, 인재육성에 대한 투자 등을 제시하며 "아직까지 이 회장에 미치지 못했지만 그렇게 경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권 부회장과 함께 구자용 E1 회장과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사장이 한국의 경영자상을 받았다. 한국능률협회(KMA)는 1969년부터 국내 경제 발전을 주도해온 경영자를 선정해 한국의 경영자상을 수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