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오바마-푸틴 냉랭한 만남

스노든 망명·시리아 갈등에 포옹·대화없이 악수만

'사무적 악수와 냉랭함이 느껴지는 15초 동안의 어색한 만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개막식에서 짧은 만남을 가졌다. 지난 6월 영국 북아일랜드에서 열린 G8 정상회의 이후 석 달 만이다.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러시아 망명과 시리아 사태에 대한 이견으로 양국 정상 간의 냉랭한 만남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미국이 러시아의 스노든의 망명 허용에 항의하며 양자회담을 취소한 후 양국은 다시 회담 일정조차 잡지 않은 상태였다.

뉴욕타임스(NYT)는 "두 사람은 등을 토닥거리거나 포옹하는 등 통상 반가움을 표하는 행동도 하지 않았다"며 "따듯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개막행사에서도 두 사람은 따로 앉아 한마디의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개막연설에서 예정에 없이 시리아 사태를 G20 테이블에서 논의하자고 올린 것도 양국 관계 악화를 부채질한 꼴이 됐다. 푸틴 대통령은 "비록 의제에는 없지만 일부 정상들이 시리아 등 국제정치 사안을 진지하게 논의하자고 했다"며 "업무만찬의 첫 주제로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G20 정상회의가 세계 경제 문제를 주로 다루는 자리기는 하지만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시리아 사태를 그대로 넘어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비공개로 진행된 만찬에서도 이견은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에 참석한 엔리코 레타 이탈리아 총리는 트위터에 "만찬은 시리아 사태를 둘러싼 분열만 확인한 채 끝났다"고 밝혔다. 정상들은 3시간 이상 이어진 10분 발언을 통해 각자의 의견을 되풀이했다고 외교 소식통들은 전했다.

시리아 문제에 대한 정상들이 제시한 해법도 제각각 이었다. 서맨사 파워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러시아의 거듭된 반대 때문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의미 있는 해결책을 포기했다"며 러시아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썼다는 추가 증거를 확보했다"며 국제사회에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을 거듭 촉구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을 비난하는 공동성명을 제안했다.

이에 반해 중국 대표로 참석한 주광야오 재정부 부부장은 "정치적 접근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군사개입은 국제유가를 끌어올려 국제경제만 망가뜨릴 뿐"이라고 지적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미국 주도로 진행되는 시리아 군사개입에 대해 선을 그었다. 로이터통신은 "시리아에 대해 G20 차원의 성명은 없겠지만 의장국인 러시아는 군사개입을 피하는 쪽으로 공감대 형성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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