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포커스] 외환·기업·부산 무서운 성장 공통분모는 '선택과 집중'

●잘 나가는 은행들 3색 성장 비결

성세환 행장

조준희 행장

윤용로 행장


●기업은행

어려울 때 대출 되레 늘려…

명실상부 중기 특화은행

●외환은행

대주주 변경 기폭제

토종은행 면모 되찾아

●부산은행

지역 대표업종 도와

7%대 고성장 구가

시중은행들에 상반기는 긴축 행보의 시간이었다. 유럽 재정위기가 스페인 등으로 전이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고조됐고 가계부채가 부실의 뇌관으로 떠오르면서 은행들은 움츠리기 급급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몇몇 은행은 공격적 행보를 강행했다. 외환은행ㆍ기업은행ㆍ부산은행이 주인공이다. 외환은행은 하나금융그룹으로 편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토종 은행'의 면모를 되찾았고 기업은행은 명실상부 중소기업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부산은행은 지방은행의 압도적인 강자가 됐다. 그렇다면 이들이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성장을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중은행의 한 고위 임원은 "이들 3개 은행의 공통점은 '자신들이 잘하는 곳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촌평했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기업ㆍ외환ㆍ대구ㆍ부산은행 등 8개 은행의 상반기 말 원화대출 자산은 787조2,720억원으로 전년 대비 2.8%가량 성장한 것으로 추정됐다.

은행별 자산성장률은 국민은행이 2.2%를 기록했고 우리은행(1.1%), 하나은행(1.0%), 신한은행(-0.3%) 등 대부분 은행이 업종 평균을 밑돌았다. 위기의 가운데에서 전통의 대형 은행들도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한 것이다.

반면 외환은행(3.8%), 기업은행(3.8%), 부산은행(7.0%), 대구은행(3.8%) 등은 상반기에도 외형 키우기에 성공했다. 특히 주목되는 곳은 각기 다른 이유로 외형을 확장한 외환ㆍ기업ㆍ부산은행 등이다.

부산은행은 전은행 중에서 유일하게 7%의 고속성장을 구가했다. 지역 경기가 호조를 보임에 따라 대출수요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많았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비해 지역경기가 활기를 띠면서 대구은행도 업종평균 이상의 자산성장을 기록했지만 부산은행에는 뒤처졌다.

성세환 부산은행장은 "자동차나 철강을 전방산업으로 하는 중소기업들이 지역에 많이 몰려 있어 이들을 중심으로 대출수요가 늘었다"며 "또한 부산 지역의 부동산경기가 전국 평균을 웃도는 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부산은행이 지역경기 호조의 영향을 받았다면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특화은행이라는 점이 자산성장을 이끌었다. 기업은행은 시중은행이 리스크 관리를 이유로 축소한 중기대출을 적극 떠안았다. 여기에 가계대출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아 타격을 덜 입었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은행은 기업이 어려울 때 우산을 씌어줘야 한다"며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지원이 본연의 임무인 만큼 하반기에도 중기대출 규모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대주주 변경이 기폭제가 됐다. 외환은행은 특히 올해 대주주가 론스타에서 하나금융그룹으로 변경되면서 최근 3년간 부진했던 성장을 만회하기 위해 본격적인 성장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더욱이 전통적인 기업 여신의 강자답게 잃어버린 기업 고객들을 되찾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윤용로 행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만남에서 "외환은행을 사랑했던 중소기업인들이 론스타 아래에서 너무 많이 떠났다"며 "이들을 반드시 되찾아오겠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이를 통해 올해 안에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다만 외형확대에 집중한 영향으로 순이익은 다소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대출수요는 많지만 신용위험이 점증해 은행들도 보수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만 외환ㆍ기업ㆍ부산은행 등 각기 다른 성장동력을 가진 은행들의 자산은 하반기에도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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