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랑스 이대로 좋은가] 보험료 인하도 고객서비스도 '실종'

1부 방카슈랑스 명암 2.소비자는 없다
은행 수수료가 보험설계사 수수료보다 5~6% 많아
보험료 인하 효과 거의 없거나 기대 크게 못미쳐
은행 "초기 관리비용 탓…2단계땐 대폭인하 가능"

[방카슈랑스 이대로 좋은가] 보험료 인하도 고객서비스도 '실종' 1부 방카슈랑스 명암 2.소비자는 없다은행 수수료가 보험설계사 수수료보다 5~6% 많아보험료 인하 효과 거의 없거나 기대 크게 못미쳐은행 "초기 관리비용 탓…2단계땐 대폭인하 가능" • 대출조건 '보험꺾기'…'불완전판매'도 속출 ’소비자 혜택이 없다.’ 방카슈랑스 도입 1년을 맞아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점이다. 보험료를 인하해 소비자 혜택을 높인다는 방카슈랑스 도입 취지와 크게 배치되는 평가이기도 하다. “방카슈랑스 도입으로 모집수수료와 일반관리비 절감 효과는 0.5%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은행이 받는 방카슈랑스 수수료가 설계사에 지급하는 수당보다 5~6% 정도 높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보험료의 추가인하가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금융감독원이 방카슈랑스 도입에 따른 효과를 분석한 내부문서의 요지다. 정부가 방카슈랑스제를 국내에 도입하기로 한 이유는 보험소비자에게 가장 큰 이익이 돌아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방카슈랑스를 도입하면 보험사는 새로운 시장개척이 가능하고 은행은 수익성 제고에 보탬이 되는 것은 물론 가장 중요한 고객 입장에서도 보다 저렴한 보험료로 질 높은 보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방카슈랑스 시행 1년 동안 소비자들이 혜택을 누린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은행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수수료 수익을 얻고 있을 뿐 고객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없다”고 지적했다. 저렴한 보험료의 보험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해 서민들이 보험에 가입할 때 부담을 줄이겠다는 방카슈랑스제의 도입 취지는 은행의 ‘장삿속’과 거대한 판매망을 잡아야 하는 보험사의 ‘눈치보기’에 묻혀버렸다.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1단계 방카슈랑스 시행 결과는 한마디로 실패”라며 “보험료 인하 혜택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서비스도 충분하지 않았으며 향후 계약자의 민원 발생 소지만 높였다”고 평가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소비자 권익의 ‘실종’ 현상이 2단계 방카슈랑스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보험료 인하효과, 기대에 크게 못 미쳐=금융당국은 방카슈랑스가 도입되면 어느 정도 보험료가 인하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을까. 제도도입 당시 금융감독원 내부 분석 자료에 따르면 “방카슈랑스 전용 연금보험은 3.7%, 저축성보험 4.3%의 보험료 인하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제 인하율은 연금보험이 2.8%, 저축성보험이 2.5%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인하효과도 그나마 인지도가 떨어지는 중소형사 상품의 보험료 인하 폭이 컸기 때문이다. 대형사는 0.7~0.8% 인하에 그쳤고, 외국계 보험사 상품은 보험료가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손해보험사 상품은 더욱 심각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초 화재보험 등 일반손해보험의 경우 보험료 중 사업비 비중이 높아 보험료가 10% 가량 인하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은행 수수료가 설계사 수수료보다 많은 것이 주요 원인=국내 생ㆍ손보사의 보험 모집인은 줄잡아 30만여명. 최근에는 전화 등 온라인 채널로도 손쉽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은행이라는 별도의 보험 판매 창구가 없더라도 소비자들의 보험 가입에는 큰 어려움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방카슈랑스 도입으로 고객들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은 바로 ‘저렴한 보험료’ 뿐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험료는 낮아지지 않았다. 은행 등 금융권이 보험상품 판매를 대행하며 받고 있는 수수료가 보험사 설계사들이 받는 수수료보다 많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연금보험 기준으로 설계사는 보험료의 평균 1.45%를 모집수수료로 받고 있는 반면 은행은 1.82%~2.18%를 받고 있다. 계약자가 매월 20만원씩 20년 동안 총 4,800만원의 보험료를 낸다고 가정했을 때 은행은 87~104만원을, 설계사는 69만원의 수수료를 받게 되는 셈이다. 박창종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장은 “저축성보험의 경우 사업비가 적어 수수료를 줄이더라도 보험료 인하 폭이 적은 한계가 있는데다 은행이 모집수수료를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것도 보험료 인하효과가 적은 요인”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도 “모집수수료 외에 은행이 목표액 이상의 보험상품을 판매할 경우 지급되는 ‘성과수수료’와 보험 계약의 유지 및 보험료 납입 대행 명목으로 받는 유지ㆍ수금에 대한 수수료 역시 보험료 인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2단계 상품의 보험료 인하여부도 미지수=방카슈랑스제 도입의 핵심 취지인 ‘보험료 인하 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 은행권은 내년 4월 도입되는 2단계 방카슈랑스의 핵심인 보장성 보험과 자동차보험의 경우 관리비 절감을 통해 보험료를 크게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대형은행의 한 방카슈랑스 팀장은 “모집수수료 이외에 계약유지와 보험료 수금에 들어가는 경비 등을 줄이면 2단계 방카슈랑스 상품의 보험료 인하는 충분히 가능하다”며 “자동차보험의 경우 기존 상품과 온라인 상품의 중간 정도인 7~8% 가격 인하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은행의 방카슈랑스 팀장은 “은행권이 기존 보험 설계사보다 모집 수수료를 10~20%가량을 더 받고 있어 소비자에게 보험료 인하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은행권의 초기 관리 비용을 무시하는 발상”이라며 “인건비 외에도 전산비ㆍ팀 운영비 등 추가로 들어가는 초기 간접비용을 감안할 때 현재 수수료가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간이 좀 더 지나 방카슈랑스 판매가 자리 잡히면 수수료 인하도 점차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은행권이 실제로 모집수수료와 같은 사업비를 줄여 보험료를 인하하겠다는 말을 불신한다. 김성재 외국어대 교수는 “방카슈랑스가 확대 시행되면 은행간 가격 경쟁이 일어나 보험료가 떨어질 가능성은 있지만 은행이 수수료 등을 줄이는 방법으로 보험료를 인하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보험사의 마진을 줄이거나 금리를 올리는 방법으로 보험료 인하한 후 가격 경쟁을 벌이게 된다면 보험사의 급격한 부실화만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입력시간 : 2004-09-0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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