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은행 “아, 옛날이여”

장기 불황과 부실 급증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일본계 은행들이 국내시장에서도 기를 못 펴고 있다. 한 때 국내은행 외화 차입의 40%를 일본계 은행들이 점유할 정도로 `저팬 머니 파워`를 자랑했지만 최근에는 10% 안팎에 불과하며, 한국시장에서의 영업도 극도로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 진출한 한 일본계 은행 지점 관계자는 “본점의 경영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해외시장에서도 적극적인 영업이 쉽지 않다”며 “일례로 한국시장에서도 본점의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기위해 분기결산일에 맞춰 대출금을 회수하는 방식의 초단기 영업에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시중은행의 한 국제업무 담당자도 “일본계 은행들로부터는 주로 3개월 단위의 단기대출금을 쓰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대출영업 행태를 빗대 `돌려막기 대출`이라는 조어가 등장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9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중장기 외화차입금의 40~50%를 일본계 은행에 의존했지만 최근에는 10%도 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태가 이렇다 보니 국내에 진출한 일본계 은행 지점의 영업실적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UFJ은행 국내지점은 지난 지난 2001년에는 22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4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미즈호은행 국내지점 역시 지난 2001년 156억원의 흑자에서 지난해에는 32억원으로 흑자폭이 급격히 줄었다. 미즈호은행 국내지점 관계자는 “이 추세라면 올해 흑자를 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일본계 은행들의 입장에서 보면 본국의 상황이 나빠지면서 해외영업도 함께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일본의 콜금리가 한 때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경기침체에 금융시스템의 왜곡이 겹쳐 일본의 대다수 은행들이 기를 못 펴고 있다”며 “국내은행과의 거래에서도 크레딧 라인(은행간 단기 대출 한도)을 줄이는 등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연선,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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