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포퓰리즘 입법에 반격] 임금조정 없이 근로시간 줄이면 일자리 창출 효과 없다

8년 뒤 실제 근로시간 OECD 평균보다 짧아져
현실 무시한 법 강행 땐 기업 위기 상황 초래
정리해고 법안 너무 깐깐… 회생 가능 기업 망할수도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근로시간 단축 법안들은 새 정부의 국정과제인 일자리 늘리기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생산량 감소, 비용 증가 등으로 기업경쟁력도 약화시키는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됩니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6월 국회에서 논의 중인 근로시간 단축 법안이 미칠 파장에 대해 이같이 언급했다.

6월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노동 관련 법안들에 대한 경영계의 공포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 현실과 그간의 노사 관행을 무시한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 기업에 재난적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영계가 가장 걱정하는 법안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실근로시간 축소를 강제하는 근로시간 단축 법안이다. 이 법안은 국정목표인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근로시간 단축이 필요하다는 새 정부의 입장과 부합해 이번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경영계는 관측하고 있다.

경영계도 근로시간 단축의 필요성에는 일정 부분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는 법안처럼 임금조정 없이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을 강제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8년 뒤 한국 근로시간 OECD보다 짧아져=18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주 40시간 근무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실근로시간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의 연간 실근로시간은 2,187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775시간에 비해 412시간(약 2.5개월)이나 길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근로시간 단축 속도를 감안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의 실근로시간은 연평균 38.36시간 줄어들고 있는데 이는 OECD 연평균 감소폭 6.18시간의 6배에 이른다. 한경연은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오는 2021년에는 우리나라의 연간 실근로시간이 1,706.4시간으로 OECD 평균(1,714.2시간)보다 7.8시간 짧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우리나라는 낮은 생산성과 높은 연장근로수당, 정규직 과보호에 따른 경직된 노동시장 등의 요인으로 인해 장시간 근로가 관행으로 고착됐다"며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정치권이 법 개정을 통해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는 것은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금조정 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일자리 창출 효과 없어=경영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면서도 임금 삭감 등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의 사례를 봐도 임금 조정이 수반되지 않은 근로시간 단축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은 채 실패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프랑스는 1998년과 2000년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해 법정근로시간을 주 35시간으로 줄이는 '오브리(Aubry)법'을 시행했지만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조정이 병행되지 않아 실패로 끝났다. 결국 프랑스는 2005년 수정법안을 통해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정책을 사실상 포기하게 된다. 반면 네덜란드는 1982년 바세나르협약을 통해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인상 억제를 교환, 일자리를 늘린 성공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이 무리하게 법으로 근로시간을 줄이기보다는 노사정이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특히 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임금조정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정리해고 법안에 위기기업 망할 수도=정리해고 요건 및 해고 회피노력을 크게 강화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경영계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정리해고 관련 법안은 기업이 근로시간 단축, 전환배치, 사무실 축소 등 최대 9가지의 해고회피노력을 모두 이행한 뒤에야 정리해고를 단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정리해고를 불가능하게 하는 셈이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정리해고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이뤄지는 것인데 최대 9가지나 되는 해고회피요건을 다 시행한 뒤 정리해고를 하라는 것은 결국 구조조정을 지연시켜 회생이 가능한 기업도 도산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계는 또 정리해고 법안에서 사측이 근로자 대표와 정리해고에 대한 '협의'를 넘어 '합의'할 것까지 요구하는 것도 해외 입법 사례에선 찾아보기 힘든 무리한 규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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