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범주에서 벗어나는 순간 모든 지원이 한번에 끊겨버린다.”
“국내에서의 밥그릇 싸움을 피하고 해외로 나간다면 상관은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낀 ‘중견기업’ 지원확대 추진방안을 놓고 중소ㆍ중견업계에서 이 같은 논란이 일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760여개 중견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아 대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육성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기업에 주로 지원된 정부의 원천기술, 연구개발(R&D) 자금을 중견기업에 대폭 할애하고 KOTRA 등이 중견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에 도움을 주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대기업 출신 전문경영인도 활용해 중견기업의 경영기법 선진화도 돕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중견기업 육성책이 오히려 중소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주장을 낳고 있다. 특히 가뜩이나 정부 지원에서 소외되는 영세 소기업들의 어려움이 더해질 것 아니냐는 걱정에서다. R&D와 정책자금 지원 등 직접지원이 적용되면 정부의 재원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영세 소기업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혁신형 기업에 대한 집중과 선택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 수준을 웃도는 자생력을 갖춘 일반기업의 지원확대는 재정분배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질타도 이어진다. 과거에 중소기업 범주에서 각종 지원을 받아 성장한 기업들이 자립할 수준이 됐는데도 또다시 별도의 정부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고리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을 육성하려는 정책이 틀리지는 않다. 중견기업을 적극적으로 길러 나라 경제의 ‘허리’를 견실히 다지겠다는 취지는 바람직하다. 국가 핵심사업으로 육성하기로 한 부품소재 산업에서 점차 중견기업의 비중이 더욱 높아지고 있기에 그러하다.
하지만 이번 논란의 핵심은 정부 재원이다.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집행하는가 문제다. 현재 중소기업 관련 법안만도 소기업ㆍ소상공인 특별법과 재래시장육성 특별법, 여성기업지원 특별법, 벤처기업지원 특별법 등 모두 4개에 이른다. 이 법안들은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못하다는 질타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업육성 지원책, 이제는 그 실효성부터 되짚어봐야 할 것 같다. 철저한 검토와 협의를 거치지 못한 생색내기 정책으로 절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