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인공지능 자동차가 상용화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자동주행이 가능할 뿐 아니라 충돌사고 예방의 이점까지 있는 자동차가 이미 도로시험 중이지 않습니까."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최근 몇 년간 성공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무서운 강자로 부상한 폭스바겐그룹의 카를 한(사진) 명예회장은 영화 '아바타'에서처럼 운전자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상용화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인간의 자동차 기술은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멀리 와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인공지능형 자동차의 내연기관이 전기모터인 만큼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친환경차의 미래는 결국 전기차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하이브리드카는 과도기적인 체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 길목에서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과 한국 등이 실질적인 급성장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한 명예회장은 서울경제신문 창간 50주년을 맞아 오는 7월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서울포럼 2010'에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을 주제로 자동차 기술과 경영의 현주소에 대해 연설하는 한편 자동차 산업과 관련한 토론에도 참여한다. 선진자동차 기술국 독일, 더욱이 대중차 브랜드부터 최고급 고성능 스포츠 브랜드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폭스바겐에서 11년(1982~1993년)간 잔뼈가 굵은 한 명예회장으로부터 세계 자동차의 미래와 가야 할 길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의 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이 해외시장에서 약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회장님은 이를 어떻게 평가 및 전망하고 계십니까. ▦현대∙기아차는 세계시장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대형 자동차 업체 중 하나입니다. 높은 고객만족도를 유지하고 있는 브랜드에 '독일의 감각(독일 명차 아우디 출신의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 영입)'을 더함에 따라 밝은 미래가 예견됩니다. -앞으로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의 선두 다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미국의 '빅3'가 하루아침에 무너졌습니다. 이후 포드와 GM이 군살빼기를 진행하며 절치부심 반격을 노리고 있죠. 과거 몇 년간 세계 자동차업계 1위를 고수해온 도요타는 올 초 품질 문제로 대규모 리콜 사태를 겪으며 홍역을 치렀습니다. 글로벌 자동차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반면 폭스바겐그룹은 지난 30년간 브랜드(폭스바겐•아우디•세아트•스코다•벤틀리•부가티•람보르기니•포르쉐•스카니아)와 제품의 탁월한 전략적 조화를 통해 최고가 되기 위한 견고한 기반을 마련해왔습니다. -세계 자동차시장은 바야흐로 친환경 자동차의 시대입니다. 이런 흐름에 비춰 세계 자동차시장의 미래를 말씀해주시죠. ▦환경 문제 등에서 새로운 경쟁자가 부상하고 전례 없이 치열한 경쟁구도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는 이미 자동차업계의 진보 및 산업 통합의 동력이 되고 있는데요. 이와 동시에 업체들 간에 리스크 공유를 위한 협력 및 동맹 추진도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친환경 자동차를 대표하는 전기자동차는 배터리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습니다. 배터리는 전기•전자 및 화학 산업과 연계될 수밖에 없는데요. ▦전기자동차 개발에 있어 전기•전자 및 화학 기업들의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전기차 산업은 이미 과거 신규 업체 또는 기성 업체와의 연합체가 발을 들이기 어려웠던 자동차업계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기여했습니다. 여기서 득을 보게 될 승자는 누가 뭐래도 환경과 소비자일 것입니다. 전기자동차의 대중화는 정부의 보조금은 기본이고 성능 및 친환경성뿐 아니라 비용 측면에서 디젤과 경쟁할 수 있는 적절한 가격의 배터리를 필요로 합니다. 배터리 비용이 현재의 절반 수준 이하로 떨어지기 전까지는 돌파구를 찾기 힘들 것입니다. -충전식 전기자동차, 연료전지 자동차, 하이브리드 자동차, 바이오연료 자동차 등 많은 종류의 자동차들이 친환경 자동차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 중 어떠한 종류가 친환경 자동차의 주축이 될까요. ▦자동차 기술은 피스톤 엔진을 시작으로 하이브리드 엔진, 최근 새롭게 등장한 전기모터까지 전례 없는 기술적 진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순수하게 전기모터로만 가도록 하는 진정한 의미의 전기차 기술이 지배하기까지는 다양한 추진 시스템이 동시 다발적으로 소비자 앞에 선보일 것입니다. 따라서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앞으로 몇 십 년간 과도기적인 기술에 불과할 것입니다. 앞으로 대부분의 양산차 시장에서는 내연 엔진이 친환경성 및 비용 측면에서 첫번째 선택 기준이 될 것입니다. -한국 정부는 최근 녹색 자동차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개발하고 2013년까지 한국을 그린카 4대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의 친환경차 경쟁력과 성공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한국은 중국•미국•독일 및 다수의 유럽 자동차 국가들과 우호적인 경쟁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미래가 밝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독일은 높은 인구 밀도 등의 이유로 오랫동안 녹색전략을 추구해온 나라인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도요타•닛산•혼다 등 '일본 빅3'의 시장점유율이 북미 도요타 리콜 사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데요. 이들 기업의 향후 전망은 어떠할 것이며 미국 자동차 브랜드 '빅3'는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도요타는 통상적인 문제가 아닌 홍보 차원의 문제에서 비롯된 이번 사태를 신속하게 극복할 것입니다. 따라서 당분간 하락세를 보일지라도 얼마 되지 않아 회복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구조조정을 경험한 미국 '빅3' 기업들은 재기에는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과거의 지위와 명망을 되찾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북미•유럽 및 신흥 시장의 성장속도는 어떻습니까. ▦우리가 흔히 성숙한 시장이라고 일컫는 유럽과 미국 등은 분명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갈 때까지 상당한 회복기를 필요로 할 것입니다. 적어도 2012년 전에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향후 몇 십 년간 실질적인 급성장을 보일 나라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와 아시아의 호랑이 경제국(한국•싱가포르•대만•홍콩)들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폭스바겐그룹은 금융위기 이후 인수합병(M&A)을 통한 확대를 계속해왔습니다. 회사의 성장전략은 무엇인가요. ▦폭스바겐의 전략적 근간은 우리가 가장 애착을 갖고 노력해온 '엔지니어링'입니다. 회사 경영 차원에서 저는 더 이상 운전석에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다만 '크다고 과대평가하지도, 작다고 무시하지도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내부승진 통해 회장 오른 입지전적 인물 ■ 카를 한 명예회장은 폭스바겐을 상징하는 'GOLF'를 세계적인 자동차의 반열에 올려놓은 카를 한 폭스바겐 명예회장. 그는 지난 1960년대 폭스바겐 본사의 회장이 연거푸 교체되는 혼란의 시대에 미주법인장을 맡으며 탁월한 실적을 올렸다. 미국 내에서 '미스터 폭스바겐'으로 불렸던 한 명예회장은 내부 승진에 의한 인사발탁으로 회장에 오르며 샐러리맨 성공신화를 만들었다. 한 명예회장은 쾰른대학과 취리히대학에서 경영학을, 브리스틀과 파리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스위스 베른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폭스바겐 감독위원회 위원이며 아우디와 세아트(SEAT)•스코다(SKODA)의 명예회장이다. 그는 폭스바겐그룹의 전 회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82년부터 1993년까지 그가 폭스바겐을 이끄는 동안 폭스바겐그룹은 체코의 스코다를 인수, 1982년 200만대를 기록했던 생산량을 1992년 350만대로 늘렸다. 그는 미국시장 전문가였지만 1982년 그가 회장에 올라선 순간 미국 시장에서 폭스바겐의 입지는 현격하게 위축됐다. 일본과 한국의 현대차 등에 밀렸다. 이때 그의 전략은 빛을 발했다. 그가 당시 내세운 전략은 '미국 시장 이외의 곳에서 생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미 빼앗긴 미국 시장을 되찾을 생각을 한 게 아니라 일본 메이커 등과의 투쟁보다는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또 폭스바겐의 전통적인 생산전략인 '하나의 모델(One-Car Strategy)'을 버리고 다양한 차종을 생산했다. 이로 인해 1983년 2세대 골프가 탄생했고 골프를 세계적인 차로 성장시킬 수 있었다. 한 명예회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북미 시장을 너무 쉽게 포기함으로써 유럽 차의 북미 시장 기반을 잃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세계전략을 위해 중국에 일찍 진출해 세계적 기업 폭스바겐의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한 명예회장은 뮌헨의 제너럴캐피털그룹과 CH파트너스의 수석고문을 겸임하고 있다. 또한 독일 츠비카우 색스니대학교 산업기업전략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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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년 독일 작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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