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송두환 `대북송금` 특검팀은 18일 이모 팀장 등 산업은행 관계자 2명을 소환, 지난 2000년 6월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4,000억원을 대출한 경위와 외압여부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특검팀은 이와 관련 산은 대출금이 입금된 현대상선ㆍ건설 계좌와 연결계좌에 대해 계좌추적을 벌이고 있다.
특검팀은 또 이미 출금조치된 24명 외에 현대건설과 외환은행 관계자 등 15명을 추가로 출국금지 및 입국시통보 조치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추가 출금조치 등 대상자 상당수는 지난 2월 하이닉스 영국법인이 현대건설을 상대로 제기한 1억달러 반환소송에 연루된 인물들”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닉스 측이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미국ㆍ일본 법인은 남북정상회담 직전 현대상선의 2억달러 송금 시점과 일치하는 2000년 6월9일 현대건설 런던지사에서 알려준 현대건설 영국 내 은행계좌로 각각 8,000만달러와 2,000만달러를 송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팀은 이와 함께 현대상선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으로부터 2000년 6월 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 해소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개최된 채권금융기관 회의록을 넘겨받아 검토중이다.
이에 앞선 17일 특검팀은 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 자택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여 본인 및 가족명의 통장과 메모수첩 등 사과박스 2박스 분량의 자료를 입수했다. 박 전 부총재는 지난 2000년 6월 현대상선에 대한 4,000억원 대출과정에서 정상적인 결재라인을 거치지 않은 채 고위층의 `비선` 라인을 통해 대출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박 씨에 대한 압수수색은 현대상선의 산은 대출배경에 청와대와 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외압이 작용했는지 여부에 대해 특검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박 전 부총재를 비롯해 산은과 현대의 고위임원 등 핵심인사들에 대한 소환도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수사초기 자료 검토와 계좌추적에 주력할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특검팀이 강도높은 수순을 밟고 있다”며 “특검팀이 한정된 시간을 감안, 임의 수사보다는 보다 적극적인 강제 수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한진기자 siccu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