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한국의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 발사를 놓고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 발사지휘센터(MDC)는 하루 종일 긴장감이 흘렀다. 특히 발사 7분56초를 남겨놓고 발사 중지 명령이 내려지는 순간에는 7년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아쉬움에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MDC는 곧 발사 중지 원인파악 등에 나서는 등 긴박하게 움직이며 ‘다음 발사 때는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강한 의지와 자신감을 드러냈다. 발사통제에서 긴박했던 이날의 상황을 재현했다.
흥분과 긴장감 속에 나로호 발사 결정이 확정된 오후2시58분. 나로호 로켓연료인 등유ㆍ액체연료와 산화제 주입이 시작됐다. 연료충전 과정은 1시간 동안 예정대로 차근차근 진행됐다.
발사를 57분 앞둔 오후4시3분. MDC에 있던 연구원들은 때때로 모니터를 쳐다보며 긴장된 표정으로 발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발사총괄책임자인 조광래 발사체연구본부장는 맨 뒷줄 중앙에 자리했고 그 왼쪽으로 박정주 발사체계사업단장이 앉았다. 발사 50분을 앞둔 시점에서는 나로호 기립장치인 이렉터가 나로호로부터 분리돼 18분 만에 지상에 안착돼 발사 임박을 알렸다. MDC 안에는 여성 연구원 1명을 포함해 총 25명이 각자의 위치에서 차분히 발사를 준비하며 극도의 긴장감을 보였다.
이어 오후4시43분. “여기는 MDC입니다. 모든 발사 준비가 완료됐습니다.” 발사 준비가 완료됐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면서 자동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오후4시52분, 발사 8분 전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오면서 자동 카운트다운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렸다. 그 순간 연구원들이 화면을 가리키며 무슨 내용을 지적하자 조 본부장이 자료를 검토하며 헤드세트로 LCC와 대화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오후4시53분, 검토할 문제가 생겼는지 갑자기 카운트다운이 7분 56초에서 멈춘 채 계속 깜빡였다.
화면에서는 떨어져나간 이렉터와 인근 발사장이 잡혔다. 오후4시56분 조 본부장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잠시 후 통화를 끝냈다. 조 본부장은 서류를 검토했다. 오후4시57분, 외부에서 누군가 들어와 조 본부장과 얘기를 나눴다. 이어 5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지 않자 이주진 항우연 원장은 “중간에 기술적인 부분이 파악이 안 돼서 지금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각 LCC와 통화하며 문제를 확인하고 있는 조 본부장의 모습이 포착됐다. 자동시퀀스에 기술적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참관석 내부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오후5시2분, 항우연 연구원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MDC 안에 들어와 연구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얘기를 건네며 뭔가 주문하는 듯했다. 조 본부장이나 박 단장과는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 화면이 발사 대기로 바뀌는 듯하다가 다시 본래 화면으로 돌아왔다.
오후5시5분, MDC 안이 숨가쁘게 돌아가는 듯한 분위기다. 박 단장은 급히 밖으로 나가고 조 본부장은 LCC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연구원과 급히 얘기를 나눴다. 5시6분, 결국 이 원장이 MDC로 들어가 직접 조 본부장과 대화를 나눴다. 5시8분, 조 본부장이 다시 전화를 걸고 있다. 5시9분, MDC 내부도 술렁이는 듯 보였다. 연구원들의 얼굴은 지치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다들 말 없이 중앙의 화면만 응시하고 있다. 오후5시12분, 참관석을 대상으로 설명이 진행됐다. 문제를 파악할 동안 나로호 스스로 기립한 상태는 문제가 있으므로 이렉터를 다시 세우는 작업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