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시장의 판이 흔들리고 있다. 올해 오비맥주가 하이트맥주를 15년 만에 제치고 정상 등극이 예고되는 가운데 롯데그룹이 맥주시장 진출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어 내년에 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게다가 수입맥주시장이 고속 성장하면서 하이트, 디아지오코리아, 오비맥주 등 기존 주류 대기업들은 수입맥주 사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시장변수가 될 전망이다. 26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주류사업의 시너지 강화를 위해 맥주사업 직접진출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칠성은 지난 10월 소주부문의 롯데주류를 합병해 기존의 위스키와 통합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일본 맥주를 수입판매하는 롯데아사히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주류사업은 물류, 영업 등에서 비용을 줄일 여지가 많아 소주 위스키에다 맥주까지 통합될 경우 시너지 효과가 적지 않다. 롯데는 우선 충주기업도시에 66만~99만㎡(2만~3만평) 규모로 제1공장을 짓고 기업도시에 접해 조성될 신산업단지에 330만㎡(10만평)의 제2공장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는 또 이 달 초 제주도가 설립을 주도하는 제주맥주에도 참가 의향서를 냈다. 제주맥주는 제주도가 민간기업 출자, 도민주 공모 형식을 통해 회사를 설립한 후 2013년부터 제주 지하수와 제주산 보리를 이용해 맥주를 만든다는 프로젝트다. 롯데 관계자는 "아직 의향서를 낸 수준이고 연간 생산량 규모가 1만5,000㎘로 작아 본격적으로 나선다고 볼 수는 없지만 본격적인 사업을 위한 시험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맥주사업 진출의 한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는 오비맥주 인수는 아직 검토대상에서 멀다. 현 소유주인 미국의 사모펀드 KKR이 2009년 인수 당시에 5년 후에 매각할 경우 인베브에 우선권을 주고 다른 곳에 팔아 기준이상의 투자수익이 나올 경우 85대 15로 나눠 갖기로 했기 때문이다. 우선매각권은 차치하고 아직 매각시점에도 이르지 못했으며 오비맥주의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몸값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맥주시장 진출을 위해서 천문학적인 프로모션 비용 등을 감안할 때 직접진출보다 M&A를 하는 게 효율적이어서 롯데가 인수할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수입맥주 시장도 치열하다. 마켓리서치 회사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수입맥주가 전체맥주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1월말기준 최근1년간 4.2%로 직전 1년의 점유율 3.5%에 비해 0.7%포인트나 높아졌다. 하이트진로는 내년부터 일본 ‘기린맥주’ 수입을 확대해 국내 진출한 수입맥주와의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기린맥주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이치방시보리’의 병맥주 수입에 이어 캔맥주와 생맥주까지 독점 수입판매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버드와이저, 호가든 등 10개 맥주를 수입하고 있는 오비맥주 역시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수입맥주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위스키 회사인 디아지오코리아도 기네스 등의 수입맥주시장 확대를 위해 여성층 공략을 가속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