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훈은 정말 고수야. 종반이 강하다는 것은 진작부터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정확하고 완벽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안개 속에서도 일직선으로 달려간다. 정말 멋있다."(김성룡) 이세돌은 패를 서두르지 않고 흑77로 꼬부려 전면전의 태세를 갖추었다. 이렇게 되면 좌변 패에 대한 부담은 백도 엄청나게 커진다. 박영훈도 패를 그냥 놓아둔 채 백78로 단속했다. 최후의 결전을 앞에 두고 쌍방이 신변정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흑81로 끊어서 드디어 패싸움이 벌어졌다. 백86은 진작부터 눈독을 들였던 팻감이다. 흑87은 나중에는 내주더라도 일단 한번은 이렇게 받아주는 것이 패의 요령이다. 백이 90으로 하나 받아준 것도 같은 뜻이다. 흑95를 외면하고 좌변 패를 해결하여 승부패가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흑이 97로 패의 보상을 챙기는 순간 백98로 하변의 흑이 전멸하고 말았다. 박영훈이 하변을 100으로 한번 더 못질한 것은 돌을 던지라는 경고나 마찬가지였다. 이 수를 생략해도 하변은 자체로 잡혀 있다. 참고도1의 흑1로 막더라도 백2 이하 6으로 아무 수도 나지 않는다. "승부는 진작에 판가름이 나있었습니다. 중원에서 큰 패가 났을 때 박영훈이 수조임을 보류하고 하변에 붙여 응수타진을 했을 때 백승이 보장된 것이지요."(최철한) 참고도2의 흑1에 백이 2로 붙인 수순을 말한 것이었다.(85,91,96…82의 아래. 88,94…82) 214수끝 백불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