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되는 곳만 사업 치중현상 방지책 허술 구체적 실시간 운영채널 수도 명시 안해 "시청자보다 사업자 편의성만 생각" 지적
입력 2008.04.14 09:53:45수정
2008.04.14 09:53:45
방송통신위원회가 준비 중인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시행령’(이하 IPTV법 시행령)초안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대도시 등 사업성이 좋은 곳에만 사업자가 몰리는 ‘크림 스키밍(Cream Skimming)’ 방지책이 허술하다는 지적과 IPTV 사업자가 운용해야 하는 실시간 채널 수를 못박지 않아 시청자들의 권익이 침해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논란거리였던 지배력 전이 방지, 전기통신설비의 동등접근에 대한 사항은 아직 합의되지 않아 어떻게 처리될 것이냐를 두고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3일 방통위와 방송업계 등에 따르면 IPTV법 시행령 초안에는 사업자가 허가를 받은 후 3년 이내에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 외에, 방통위가 고시한 방송구역에서 최소 어느 정도 가입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지 구체적 기준이 없다.
예를 들어, 허가 후 3년 내에 모든 방송구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해야 하는 KTㆍ하나로텔레콤ㆍLG데이콤 등 IPTV 사업자가 특정 방송구역에서 한 명의 가입자에게 서비스를 해도 이를 해당 방송구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라고 볼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옛 방송위원회는 전국을 77개의 방송구역으로 나눠 케이블TV 사업자에게 방송사업을 허용했다. 구체적인 기준이 없으면 IPTV 사업자가 77개 방송구역에서 전부 서비스는 하되, 돈되는 지역에서만 사업을 치중하는 ‘크림 스키밍’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실시간 방송을 포함한 IPTV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인터넷망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IPTV 사업자 입장에서는 농촌, 산간지역 등 가입자가 적은 지역에는 대도시 지역과 달리 고급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시청자들은 사업자들의 이윤추구 때문에 상대적으로 품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 못 받게 되는 셈이다.
또 시행령에는 실시간 방송채널을 몇 개 내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조항이 없어 시청자 권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방송법 시행령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위성방송사업자는 운용채널 수를 70개 이상으로 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IPTV법 시행령에는 이 내용이 빠진 것. IPTV 사업자들에게는 50개 이상의 채널운용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시행령에는 들어가 있지 않다. 해당 조항은 실시간 방송채널 운용 경험이 없고 방송사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IPTV 사업자들이 의무 운용채널을 10개 정도로 낮춰달라고 요구해왔었다. 시행령에 없는 만큼 IPTV 사업자는 몇 개의 채널만 운용해도 된다. 이는 케이블ㆍ위성TV 사업자와 비대칭규제에 해당하며 시청자의 권익 침해로 이어진다. 특히 다채널 시대, 이론상 무한대의 채널방송이 가능한 IPTV의 성격에도 맞지 않다.
IPTV법 제정 때부터 논란이 돼 왔던 IPTV사업자의 지배력 전이 방지와 전기통신설비 동등접근에 대해서는 여전히 합의가 안 된 채 논의가 진행 중이다. 옛 방송위 측은 통신과 IPTV 사업부문이 기능적으로 분리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옛 정통부는 이를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기통신설비 동등접근과 관련, 옛 정통부는 전기통신설비를 쓰지 못해 경쟁력이 현저히 저해되는 경우에만 동등접근권을 허용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방송업계의 관계자는 “정부가 사업자와 시청자의 편의성 가운데 사업자의 편의성만 너무 생각하고 있다”며 “IPTV 사업자간 경쟁을 통해 시청자의 복지와 편의가 개선되기 위해서라도 시행령을 보완할 필요가 있으며 망개방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IPTV 시행령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곤란하다”고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