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마케팅사들이 모여 만든 '영화마케팅사협회(KFMA)'가 지난달 30일 창립총회를 열고 6월1일 정식 출범했다. 영화마케팅사에 근무하는 마케터들의 업무환경을 개선하고 직업의식을 고취시켜보자는 취지에서다. 마케팅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마케터들에게 과중한 임무가 주어지고 업무량도 이미 포화상태다. 반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와 마케터에 대한 대우는 10년 전 수준에도 못 미친다.
2003년∼2004년 천만 영화 두 편이 나오면서 후끈 달아올랐던 한국영화 시장이 2006년 이후 다시 침체되며 공생을 위한 희생이 강요됐던 적이 있다.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함께 고통을 분담하자는 논리였다. 제작비를 절감하기 위해 현장스태프의 인건비가 줄어들었고 마케팅 관련회사의 대행료도 하향 조정됐다. 다시 정상화됐다면 고통분담의 대가를 보상받아야 정당한 게 아닌가.
물론 한국영화 '1억 관객 시대'가 열린 이 시점에도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더 나은 발전과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가장 일선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생존 기반이 튼튼해야 한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과 파는 사람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자신의 영역에서 정당한 대가를 받아 최고의 결과물을 냈을 때 시장성이 강화돼 돈을 대는 사람들이 이익을 챙겨갈 수 있으며 그 이익은 다시 재투자돼 산업 성장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고통분담을 강요하고 주어지는 대가 이상의 업무와 책임이 부여되는 '쥐어짜기'식의 방식으로 당장의 효과는 볼 수 있겠지만 영속성을 가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금의 1억 관객시대는 어쩌면 그 '쥐어짜기'의 일시적 효과일 수도 있겠지만 더 이상 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영화를 좋아해서, 일이 재미있어서 열정만을 불태우며 일하던 시대는 지났다. 영화마케터는 영화 흥행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며 영화를 관객과 만나게 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만큼 효율적인 마케팅도 중요하다. 벌 수 있는 영화는 조금 더 벌 수 있도록, 손해를 볼 것 같은 영화는 그 손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하는 마케터의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