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철(사진) 현대자동차 노무총괄 부회장이 노조의 통상임금 확대 요구에 대해 '절대 불가'를 선언했다. 지난 1월 노사가 함께 '임금체계 제도개선위원회'를 발족한 후 이렇다 할 논의 진척이 없는 와중에 사측의 고위급 인사가 통상임금 관련 방침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노사가 최근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기로 확정한 가운데 강성노조가 버틴 현대차의 경우 올해 임단협에서 통상임금 범위 확대를 둘러싼 노사 간의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부회장은 1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통상임금과 관련한 현대차 사규는 고정성을 충족하지 않아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올해 임단협에서 이 사규를 그대로 밀어붙여 통상임금 범위가 넓어지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지난 1월 고용노동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바탕으로 '통상임금 노사 지도지침'을 발표하고 △재직자에게만 정기상여금을 주는 경우 △일정 근무 일수를 채워야만 임금을 주는 경우 모두 고정성이 없기 때문에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기준을 제시했다.

현대차는 현재 두 달 간격으로 나가는 정기상여금을 '두 달 동안 15일 이상 일한 경우'에 한해 지급하고 있다.

윤 부회장은 "노조에서는 고정성 요건 충족을 위해 정기상여금 지급 기준을 일할 지급(근무 일수만큼 지급)으로 바꿀 것을 요구할 것"이라며 "노조 요구와 무관하게 정부 지침을 존중해 막대한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윤 부회장의 발언은 삼성과 LG 등이 통상임금 범위 확대를 결정한 후 산업계의 이목이 재계 2위인 현대차에 쏠린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그동안 현대차는 통상임금 논의와 관련해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식의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았다.

고용부가 1,000여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정기 상여금의 일할 지급 여부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3분의2가량이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고정성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처럼 일할 지급을 시행하고 있는 기업은 3분의1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대다수 사업장에서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기상여금 지급 기준을 변경하지 않고 고수하면서 노조와의 갈등 국면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부회장은 또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피크제 시행을 노조에 요구할 것"이라며 "노조에서 이를 수용할지는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현대차 노조는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최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의 통상임금 포함을 핵심으로 하는 '2014년 임단협 공동요구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해 3월 23명의 근로자가 사측을 상대로 상여금·휴가비 등 6개 항목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달라며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