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는 지난주 말 정례브리핑 배포자료를 통해 “7월 경제지표 발표로 시장이 과민반응하지 않도록 언론이 협조해달라”고 이례적인 당부를 했다.
지난달에는 자동차업계의 파업과 예상보다 길어진 장마로 생산과 수출ㆍ소비가 크게 위축돼 경제지표도 나빠지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지표가 얼마나 더 나빠졌기에 ‘시장이 과민반응’할 정도일까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더 큰 걱정은 시장의 과민반응을 우려하면서도 정부의 경기에 대한 진단은 여전히 안이하지 않나 하는 점이다. 박병원 차관은 “경기가 이미 정점을 지났다는 판단은 성급하고 성장세가 다소 조정을 받겠지만 경기급랭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하반기 재정투자를 확대하면 성장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민간연구소들은 지표상으로도 우리 경제가 이미 하강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하고 있다.
경제현장에서 겪는 침체의 실상은 지표경기보다 더욱 심각하다. 소비부진으로 재고는 늘고 출하는 급격히 줄고 있다. 공장을 돌릴수록 적자가 늘어 아예 조업을 중단하는 기업들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건설경기는 심각한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미분양아파트의 급증과 건축수주의 감소로 건설업은 물론 이사ㆍ도배ㆍ가전ㆍ건자재 등 관련업체의 경영난도 심각한 지경이다. 지난달 백화점 매출이 전월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정부의 설명과 달리 현장에서 몸으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정부와 민간의 경제진단이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정책당국자들의 현장감이 결여된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과거에는 경기가 좋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면 정책당국자들이 업계 대표들과 만나고 시장을 둘러보며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참여정부 들어서는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는 더 이상 경기지표만 보고 경제사정을 판단해서는 안된다. 경기후행적인 지표는 경제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정책당국자들은 기업인들을 자주 만나고 산업현장을 찾아 현실감 있는 정책대안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