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8월 12일] '세종시' 더 나은 대안 모색해봐야

국회 예결위원장을 지낸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이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의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고 나섰다. 세종시는 재정사정이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을 때 나온 것인데 지금의 경제위기가 정상화되면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급증이 큰 문제로 등장한다며 재정여건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에 앞서 현 예결위원장인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도 국가적 차원에서 세종시의 효율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었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이 정치적 이해관계 등에 얽매여 지난 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도시명칭과 법적 지위에 합의했지만 여당 내부에서조차 여전히 반대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세종시의 문제점은 이들 의원만이 아니라 관련 분야 전문가와 많은 국민이 공감하는 것이기도 하다. 당초 계획대로 가면 세종시는 실패한 도시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행정부처만 옮겨가고 청와대ㆍ사법부ㆍ입법부는 서울에 그대로 남는 경우 국가기관 분산에 따른 행정효율 저하와 민원인들의 불편은 불을 보듯 훤하다. 세종시가 자족기능을 갖춘 도시가 될 수 있느냐도 문제다. 세종시 이전 공무원은 1만2,000명으로 계획돼 있다. 가족을 포함해도 5만여명이고 민원업무 대행 등 부수적 이동을 합해도 당초 목표인 50만명을 채우기는 어렵다. 총사업비가 22조5,000억원이며 앞으로 17조여원이 더 투입돼야 하는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지출 확대로 재정건전성 악화가 문제되는 판이어서 조달이 원활할지도 의문이다.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큰 일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넣는 것은 국가적 낭비가 아닐 수 없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온다. 세종시는 17대 대선에서 충청권의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탄생했지만 이제 와서 백지화하기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엄청난 후유증이 뻔한 일을 그대로 추진해서는 안 될 일이다. 굳이 행정도시만 고집할 게 아니라 기업도시ㆍ대학도시ㆍ첨단연구복합도시 등 지역발전의 기여도를 높이면서 국가 차원에서도 도움되는 더 나은 대안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정치권, 특히 충청권을 텃밭으로 여기는 자유선진당은 큰 안목에서 접근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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