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한무제 치세의 바탕은 능력 위주 인재 등용

■한 무제 평전(양성민 지음, 심규호 옮김 민음사 펴냄)
흉노 격파 등 과감성·결단력도 왕권 강화·대제국 성장 발판 한몫


한나라의 7대 황제인 한무제는 54년간 재위하면서 개혁과 발전의 시대를 일구어 낸 인물이다.

그는 집권 후 군사력을 강화하고, 군대를 출병, 건국 이래 끊임없이 변경을 위협하던 흉노를 정벌하고, 남월과 민월, 서남이 등 이민족을 평정해 안정적 국가 운영의 바탕을 마련했다.

또한 두 차례에 걸쳐 장건을 서역에 파견, 중국에서 중앙아시아와 서방 세계로 통하는 실크로드를 개척해 동서 교역과 문화 교류의 기초를 마련하기도 했다. 내치에서도 한무제는 과감한 정책을 통해 이후 2000년간 이어진 통치 체제의 기틀을 확립한 인물이었다.

저자는 사기ㆍ한서 등 정사를 비롯해 최근의 연구 자료까지 아우르며 중국을 세계 제국으로 이끈 한무제의 치세를 재구성했다.

저자는 책에서 "사기의 영향으로 한 무제는 전쟁을 일삼고, 장생불사를 추구해 신선 찾기에 몰두한 형편없는 왕으로 사람들에게 많이 인식돼 있다"며 "그러나 한 무제는 중국 최초로 연호를 사용했고, 태초력을 반포, 처음으로 정월을 세수로 삼기 시작했으며, 유가가 국가 이데올로기로 자리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한 무제의 지도력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제후들이 장자 외의 다른 자손들에게도 작위와 영토를 상속할 수 있게 해 줌으로써 그들의 바람을 만족시켜 주면서 제후국이 나누어져 중앙 집권이 강화되는 효과를 얻었음'을 강조한다.

여기에 관리 임용을 다변화하고 인재를 등용함에 있어 격식에 얽매이지 않아 가의, 위청, 곽거병, 공손홍, 주매신, 김일제 등 자신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뛰어난 신하들을 얻은 것에 주목한다. 한 무제가 이러한 다양한 조치와 개혁들을 통해 왕권을 강화하고 중국이 세계적인 대제국으로 오랜 세월 이어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한 무제의 과감성과 결단력이다.

한 무제는 변방에 출몰하여 약탈을 일 삼던 흉노의 심장부에 대군을 파견해 결전을 벌였고, 수차례에 걸친 강공 끝에 흉노에게 치명타를 입혔다. 이러한 활동은 안정적인 통일 국가를 영위하는 데 큰 힘이 되었으며 오늘날 중국의 영토를 확정 짓는 데도 기여했다. 동아시아 북부의 드넓은 영역을 점령한 군사 강국이었던 흉노를 격파함에 따라 중국은 세계적인 제국으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또한 흉노 정벌 과정에서 장건을 서역으로 파견해 실크로드를 개척했으며 이를 통해 동서 교역과 문화 교류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저자가 가장 주목하는 한 무제의 강점은 용인술이다. 그는 무제가 경력과 출신을 가리지 않고 능력을 바탕으로 인재를 채용했던 유연한 태도는 한의 치세가 오래도록 이어지게 한 원동력이었다고 본다. 혈연, 지연도 부족해 종교까지 줄대기를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그로 인해 사단을 내고야 마는 오늘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3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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