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셋플러스] 삼성SDI, 제일모직과 합병으로 지분가치 더 높아져 주목

에버랜드·디스플레이 등 핵심 비상장사 지분도 보유
향후 투자자금으로 활용 지배구조 개편 숨은 수혜주


박상진 삼성SDI 사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 호텔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주총에서는 제일모직과의 합병과 정관 변경 등의 안건이 통과됐다. /사진제공=삼성SDI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가시화되면서 삼성SDI(006400)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SDI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계열사는 아니지만 상장사인 삼성물산(000830)을 비롯해 비상장사인 삼성에버랜드 등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열쇠를 쥐고 있는 계열사들의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삼성그룹주의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SDI의 지분 가치는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삼성SDI는 삼성물산의 지분 7.2%(1,154만7,819주)를 보유하고 있다. 3월 말 기준 삼성SDI가 소유하고 있는 삼성물산의 지분 가치는 7,125억원이었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삼성물산의 주가도 지속적으로 올라 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 가치는 지난달 29일 종가(7만3,000원) 기준으로 8,430억원에 달한다. 삼성SDI는 삼성물산 외에도 상장사인 호텔신라, 에스원(012750), 삼성정밀화학(004000)의 지분도 들고 있다. 삼성SDI는 삼성정밀화학의 지분 11.5%(296만3,483주)를 들고 있으며, 에스원은 11.0%(419만681주), 호텔신라는 0.1%(2만9,316주) 들고 있다. 3월말 기준 삼성SDI가 보유하고 있는 이들 상장사의 지분 가치만 1조2,330억원에 달한다.

삼성SDI는 상장사 외에도 삼성그룹의 핵심 비상장사 지분도 대거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SDI는 삼성에버랜드 지분 4.0%(10만주)를 소유하고 있다. 1분기 보고서 기준 삼성SDI가 소유한 삼성에버랜드의 지분 가치는 2,090억원에 달한다. 삼성SDI는 이외에도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15.2%와 삼성종합화학 지분 10.7%를 가지고 있다.

오는 7월 삼성SDI가 제일모직(001300) 흡수 합병을 마무리하면 삼성SDI가 소유한 삼성그룹주의 지분 가치는 더 높아진다.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제일모직은 상장사인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13.1%(523만8,299주), 삼성정밀화학 3.16%(81만6,468주), 삼성중공업 0.42%(96만3,148주), 삼성테크윈 0.12%(6만1,628주), 삼성전자(005930) 0.01%(9,679주), 아이마켓코리아 0.47%(17만347주)를 보유하고 있다. 제일모직이 들고 있는 삼성그룹의 지분 가치는 3월 말 기준으로 4,678억원이다.

삼성SDI와 마찬가지로 제일모직도 삼성그룹의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대거 들고 있다. 제일모직은 삼성석유화학 지분 21.39%(84만8,384주)와 삼성에버랜드 지분 4.0%(10만주)를 들고 있으며, 삼성경제연구소(1.0%), 삼성종합화학(0.88%)의 지분도 소유하고 있다. 이들 비상장사 네 곳의 지분가치는 2,706억원이다.

이관수 흥극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삼성물산·삼성에버랜드 등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제일모직과 합병이 이뤄지면 삼성에버랜드·삼성정밀화학·삼성종합화학의 지분율 증가와 더불어 삼성엔지니어링 등의 지분을 추가로 보유하게 된다"며 "지배구조 개편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회사들을 중심으로 지분 가치 상승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삼성SDI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현금화할 경우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재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SDI를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의 숨은 수혜주"라고 평가하며, "지금까지는 삼성SDI가 보유한 계열사들의 가치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형성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단순 투자자산에 불과했지만 앞으로는 지배구조 변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시장 가치가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차전지 사업역량 배가… 당장 연 매출 10조 훌쩍


■ 제일모직과 합병 시너지는




오는 7월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을 앞두고 시장에서는 두 회사 간의 시너지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은 지난 3월 31일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했다. 삼성SDI는 이후 5월 15일 공시에서 "합병 후 연매출 10조원 규모의 회사가 되며, 오는 2020년에는 매출 29조원 이상의 회사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과 합병 후 성장 계획에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키움증권은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예상되는 시너지 효과를 △원재료 통합 구매, 생산시설 공동활용, 해외거점 및 물류 통합, 이자비용 절감으로 인한 연간 400억~500억원 규모의 비용절감 효과 △제일모직이 보유한 유·무기 화학 합성, 배합, 가공 등의 기반 기술과 삼성SDI의 2차전지 분리막, 팩 외장재 등의 기술 결합으로 2차전지 사업역량 배가 △사업규모 증가와 재무안정성 개선으로 인한 신제품 개발, 신사업 발굴 여력 확대 등을 꼽았다.

김병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는 최근 적용범위가 소형 정보기술(IT) 기기에서 자동차, 전력 산업 등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전지 공급업체를 넘어 기반 소재부터 전력관리 시스템까지 결합한 토탈 솔루션 제공업체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며 "두 회사의 합병은 2차전지 유관산업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대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키움증권은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통합 후 기업가치를 13조 5,000억원으로 평가했다.

합병 변수를 제외하고도 삼성SDI의 실적 전망은 밝다. 남대종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삼성SDI의 2분기 실적은 소형전지 출하량 증가에 따른 이익 개선과 자동차 및 전력저장장치(ESS) 등의 중대형 전지 매출액 증가로 전분기 대비 흑자전환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금융정보제공업체인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업계는 삼성SDI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2% 줄어든 1조 2,125억원, 영업이익은 22.6% 감소한 250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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