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기대감에 죽고사는 코스닥

코스닥시장이 연초부터 선전하고 있다. 미국발 악재에 발목을 잡히기도 했으나 외부변수에 크게 흔들리는 코스피시장에 비하면 코스닥시장의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다. 그러나 마냥 즐거워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또다시 실적 없는 기대감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서다. 며칠 전 만난 한 정보기술(IT)업체 대표는 “매출이 늘고 영업이익율이 높으면 뭐합니까. 봐주는 사람도 없는데. 허울만 좋은 코스닥시장 대표 업종이지요”라며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현재 코스닥 시장의 상승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업종은 ‘건설’과 ‘교육’이다. 신정부 정책에 따른 수혜 기대감 덕분이다. 코스닥 건설 관련주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대운하 건설’ 공약에 힘입어 지난 4ㆍ4분기 들어 ‘테마’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대선 직전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한 업체의 주가는 한달도 안되는 기간에 4배로 급등했지만 기대감 소멸과 함께 주가는 3주 만에 4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대운하 건설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면서 소진됐던 ‘기대감’이 재충전되고 있다. 새해 들어 벌써 주가가 2배 이상 치솟았다. 대운하 건설에 따른 수혜가 대형건설사에 몰릴 것이라는 증권가의 분석에도 불구하고 ‘롤러코스터’처럼 반전을 거듭하는 작은업체들의 주가는 지켜보기가 불안할 정도다. 교육주 역시 마찬가지다. 신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교육주의 상승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새 교육정책은 공교육 정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사교육시장의 위축을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이 컸다. 그러나 새해 들어 ‘정책 수혜가 기대되는 업체도 있다’는 새로운 분석이 나오더니 어느새 그 기대감이 교육업종 전체로 퍼졌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교육과 무관한 업체들이 교육시장 신규진출을 준비한다는 소문도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물론 이 중에는 예상실적만으로도 충분히 주가가 상승할 수 있는 업체도 있다. 그러나 검증 가능한 업체보다 상승 분위기에 무임승차한 업체가 더 많은 것이 문제다. 앞서 사라진 테마주들의 사례처럼 실적이 뒷밤침되지 않는 업체는 분위기가 냉각되는 순간 주가 역시 급락하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투자자들이 ‘있어 보이는’ 업체보다는 ‘제대로 갖춘’ 업체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대상과 상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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