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매각협상 "환율이 발목"

미국계 PEF등 최근 원화강세·주가상승으로 조달비용 늘어 난색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을 위해 미국계 사모투자펀드(PEF)와 잇단 회동을 갖고 있지만 환율과 주가 등 시장 변수들로 협상에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최근 미국계 사모투자펀드(PEF)인 텍사스퍼시픽그룹(TPG) 및 오크트리캐피털과 전략적 투자유치를 위한 협상을 잇따라 진행했지만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추후 재협의하기로 했다. 론스타와 미국계 PEF 간 입장차이의 원인이 된 것은 환율에 따른 주당 가격 차이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가도 지난해 HSBC와의 협상 결렬 때보다도 오른 상황에서 환율이 강세를 보이자 협상에 나섰던 이들 PEF들이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논의가 한창 진행되던 지난 7월 말 현재 외환은행의 주가는 1만1,900원으로 HSBC와의 협상이 결렬됐던 지난해 9월 1만1,350원보다 약 4.6%가량 올랐다. 환율은 7월말 현재 1,229원으로 HSBC와의 협상 결렬 시기보다는 높지만 1월 말 (1,379원)보다는 12%가량 하락했다. 원화와 주가가 모두 강세다 보니 달러로 인수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해외 PEF로서는 조달비용이 그만큼 늘어나 인수 메리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HSBC가 외환은행의 지분 51%를 6조원대에 매입하려고 했는데 이를 기준으로 한다면 올해 초 원ㆍ달러 환율을 감안할 때 50억달러 정도다.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6조8,950억원가량된다. 그러나 7월 말 기준으로는 50억달러가 6조1,450억원에 불과해 7,500억원의 차이가 생긴다. 지분 매입을 위해서는 달러를 원화로 바꿔야 하는데 인수자 입장에서는 원화 강세가 부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TPG는 이러한 점을 감안해 외환은행의 매각가를 주당 1만원선에 제시했지만 론스타 측이 '주당 1만8,000원+경영권 프리미엄'을 조건으로 내세워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외환은행 매각에 정통한 미국의 한 PEF 관계자는 "론스타가 그동안 해외 사모펀드 등과 릴레이 매각 협상을 벌여왔으나 큰 소득을 얻지 못했다"며 "이는 원화 강세와 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조달코스트가 늘어 투자자들이 (외환은행 투자에) 부담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해외 투자가들은 이 추세가 늦으면 내년 상반기까지 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론스타 측도 투자자들의 의향을 감안해 당분간 잠재적인 인수 의향자들과 지속적인 관계개선에 주력하기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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