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양대 시사주간인 타임과 뉴스위크는 최신호(10월 6일자)에서 “이라크전은 실패한 전쟁”이라는 전제 하에▲어리석은 낙관론과 정보조작
▲행정부의 내부 균열
▲무능한 작전 등 조지 W 부시 정부의 실책과 오류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자발적으로 영웅을 만들기까지 하면서 정부의 전쟁 추진에 대해 편들기 일색이던 이전의 보도 태도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WMD 존재 장담 실수
반미감정 과소평가
전후처리 부실 혼란
타임은 `그래서 무엇이 잘못됐길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의 실책을 크게 4가지 측면에서 지적했다. 가장 큰 실수는 대량살상무기(WMD)를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론을 전쟁 명분으로 내세운 것이다.
부시는 결국 “1,200여명의 요원들이 이라크를 샅샅이 뒤지고서도 아무 것도 찾지 못했다”는 치욕스러운 보고서를 발표할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두 번째로 이라크 저항세력을 얕잡아 봄으로써 전후에 테러와 게릴라전이 난무하는 혼돈을 자초한 것이 지적됐다. 특히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바그다드 점령에만 몰두한 나머지 이라크 남쪽에서 속전속결로 치고 올라가는 작전을 택해 이라크 서북쪽에 저항세력이 집결할 수 있는 빌미를 주었다.
타임은 이밖에 전후 처리를 담당할 실무 요원과 정보원 등 `사공`이 너무 많아 혼란이 발생하고, 미군이 이라크 민간인들의 민족주의와 반미 감정을 과소평가한 점 등을 꼽았다.
뉴스위크 최신호는 `이라크 파괴`라는 기사에서 “이라크 공황의 원인은 워싱턴의 아둔한 오판과 내부 균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방부가 전쟁의 승리에만 집착해 전후 상황은 나몰라라 한 것이 큰 실수였다고 전했다.
뉴스위크는 그 대표적인 예로 군정격인 연합국임시기구(CPA)의 조직원 800여명을 선발할 때 아랍어 구사 인력은 17명, 이라크 전문가는 1명밖에 뽑지 않은 것을 들었다.
또 럼스펠드는 아랍권에 호의적이라는 이유로 파견 예정인 이라크 전문가를 해고하거나, 낙태 반대 성향의 의료진만 이라크에 파견하는 등 전횡을 일삼았다.
이에 대해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공개 석상에서 비난하는 등 권력 수뇌부의 균열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지만 백악관이 중재에 실패한 것도 뼈아픈 실책으로 거론됐다.
미국의 대표적인 시사잡지들이 동시에 똑 같은 주제를 다룬 것은 우연만이 아니다.더욱이 이러한 기사는 영국 BBC방송 등 유럽과 아랍 언론들을 통해 수없이 보도된 것으로 별로 새로운 시각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미국 주류 언론들이 맹목적인 애국심과 승리감에 빠져 거의 무조건적으로 전쟁을 지지하고 정부에 협조하는 무책임한 태도를 벗어나기 시작한 징조로 볼 수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부시가 최근 “우리는 9ㆍ11 테러와 사담 후세인이 연루됐다고 주장한 적이 없다”고 발뺌하는 등의 정부의 도덕적 해이를 지켜보면서 미 언론이 뒤늦게 반성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